비 의회 집계 30분만에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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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닐라=홍성호 특파원】지난 10일 소집된 후 최종집계방식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이틀동안 대립을 보이던 필리핀 국민의회도 11일 하오11시부터 공식집계에 들어갔으나 일부 여당의원과 대부분의 야당의원들이 퇴장하는 바람에 정족수 미달로 30분만인 11시30분 산회했다.
이날 개회된 국민의회는 국영TV가 중계하고 외국 및 현지 언론기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첫 투표함을 개봉, 검표에 들어갔으나 야당의원들이「코라손」여사와 만나「마르코스」대통령의 집권의 합법성을 논의하기 위해 의사당을 빠져나감으로써 정족수인 98석 미달로 정회됐다.
개회된지 6시간만에「이니게스」의장이 12일 하오3시까지 정회한다고 선포하자 방청석에 있던 수백명의「코라손」지지자들은 환성을 올렸으며 의사당밖에 있던 수천명의 지지자들은「코리」가 이겼다』고 외쳤다.
한편 마르코스 대통령과 코라손 여사측은 12일 현재 여전히 자신들이 우세하다는 엇갈린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날 상오11시 현재 선관위는 58%의 개표결과「마르코스」후보가 6백44만9천5백22표(총 개표수의 52%)를 득표, 5백90만6천2백6표(48%)를 얻은「코라손」후보를 약 54만표 차이로 앞선 것으로 발표했으나 자유선거국민운동은 66%의 개표결과「코라손」여사가 7백15만6천73표(52%)를 얻어 6백48만7천5백54표의「마르코스」후보보다 67만여표 리드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12월3일 제정된 대통령 선거법에 따르면 최종집계를 위한 국민의회 개회와 동시에 전국행정조직은 개표가 완료되는 대로 법정시한인 72시간 내에 입회자 5명의 확인서명이 있는 중간 집계표가 들어있는 보관함을 국회에 호송토록 되어있는데 11일 하오까지 국회에 도착한 보관함은 1백40개 가운데 13개에 불과했다.
이날 국민의회는 개표과정에서 변칙행위가 적발될 경우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야당 측의 동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1백79석 의회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집권 신사회운동당(KBL)측의 반대로 부결됐다. 「마르코스」대통령의 재선운동본부장인「이니게스」의장은 어떠한 이의제기도 개표가 끝난 후에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밤 의회에서 야당은 보관함 자체가 바꿔치기 됐을 가능성이 많으며 특히 각각3개씩 채워진 자물쇠의 열쇠가 모두 같기 때문에 위조열쇠로 보관함을 열었을 가능성이 높고 야당측 서명자 1명 배정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의회는 15일 이내에 개표결과를 발표하도록 되어있으나 의원들은 최종개표결과가 개표 지연 등으로 인해 오는 3월에 가서야 밝혀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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