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최악 미세먼지, 섬유공장 벙커C유가 주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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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시 섬유염색업체 케이원텍의 굴뚝에서 매연이 배출되고 있다. 이 회사는 오염이 심한 면세유를 불법으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사진 한강유역환경청]

지난달 23일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양주문화예술회관 인근의 섬유염색업체인 케이원텍에 한강유역환경청 소속 단속팀이 들이닥쳤다. 굴뚝을 통해 배출되는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원양어선에만 쓰는 면세용 연료
일반 벙커C유보다 유황 13배 많아
포천지역 업체는 비밀배관 이용도
당국, 150곳 단속해 57곳 적발

측정공(대기오염 측정을 위해 굴뚝에 낸 구멍)을 찾아 센서를 넣으려 했으나 측정공은 꽉 막혀 있었다. 단속팀 관계자는 “먼지와 녹이 뭉쳐진 덩어리를 쇠막대로 한참 긁어내야 했다. 이 업체가 그동안 제출한 오염수치는 거짓이라는 게 판명됐다”고 말했다. 이때 단속팀은 이 회사 보일러실에서 한 직원이 급하게 연료를 바꾸는 현장을 적발했다. 이 업체가 평소 사용한 연료를 태우자 굴뚝에서 측정된 황산화물 오염농도는 1278ppm이었다. 배출허용기준치(180ppm)의 7.1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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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북부 지역은 전국 최악의 미세먼지 오염지역이다. 중앙일보가 2012~2014년 3년간 전국 도시별 미세먼지 평균 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포천이 ㎥당 71㎍(마이크로그램, 1㎍=1000분의 1㎎)으로 전국 최악이다. 양주는 67㎍, 동두천은 63㎍으로 서울(44㎍)보다 오염도가 높았다. 이 지역이 유독 오염수치가 높은 건 지금까지는 중국 탓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또 다른 원인이 이번에 드러났다. 이 지역에 집중된 섬유공장들이 선박 면세유인 고유황 벙커C유를 불법 사용한 것이다. 한강유역환경청(청장 홍정기)은 지난 5~6월 수도권 일대 미세먼지 배출 사업장 150곳 중 선박 면세유를 사용한 57곳을 적발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선박용 면세유는 원양어선이나 외국 항해 선박의 연료용이다. 황 성분 기준(황 함유량 4% 이하)이 일반 벙커C유 기준보다 최대 13배가 높다. 수도권 지역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경기도 양주 지역은 0.3% 이하, 포천·연천은 0.5% 이하의 저유황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L당 547원인 산업용 중유 대신 L당 358원인 고유황 벙커C유를 사용했다. 포천의 한미염공은 면세유로 연간 4억7000만원을 절감하며, 황산화물 농도가 최대 1679ppm에 이르는 오염공기(배출기준치 270ppm의 6배)를 뿜었다. 포천의 신영섬유2공장은 정품 벙커C유를 담은 저장탱크는 ‘전시용’으로 두고, 값싼 면세유 저장탱크를 별도로 설치한 뒤 비밀 배관을 연결해 사용했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수증기 등과 2차 반응을 해 미세먼지를 만든다. 적발된 12개 업체 중 6곳은 연간 222t의 황산화물(SOx)을 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의정부·동두천·포천·연천 등 경기 북부 10개 시·군 전체가 배출한 양의 21%에 해당한다. 또 12곳 중 7곳은 질소산화물(NOx)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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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유역환경청 한철희 주무관은 “일반 벙커C유를 사용하면 오염방지시설을 가동하지 않더라도 황산화물 오염도가 1000ppm을 초과하는 경우가 없는데, 이들 업체 오염도가 1000ppm을 넘기는 것이 이상해 집중 단속했다”고 말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적발된 17개 업체에 개선명령을 내리도록 해당 시·군에 의뢰했고, 6곳은 배출부과금을 부과하도록 통보했다. 이와 함께 불법 면세유를 유통시킨 정유사와 대리점 등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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