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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늦어지자 유언비어난무|홍성호 특파원이 본 필리핀 개표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통령 노모 사망소문>
○…「마르코스」대통령과「코라손」여사의 대통령선거전이 개표단계에서 혼란을 거듭하자 이에 따른 각종 유언비어들이 필리핀 전국에 난무.
이중 대표적인 것이 13일의 계엄령 선포 설로 여당 측은 현재 국민의회가 진행중인 개표작업을 끝내고 13일 정·부통령 당선자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계엄령을 선포하기로 했다는 것. 이에 따라 최근 말라카냥 궁(대통령 궁)에는 야음을 틈타 탱크가 배치됐으며 출입자들에 대한 검문검색도 매우 강화됐다는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
○…9일에는「마르코스」대통령의 모친인「도냐조세파·에드랄린·마르코스」여사(93)가 선거개표결과를 듣고 숨졌으나「마르코스」대통령은 당선자발표가 난 다음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는 소문도 있어 일부 여당계 신문들이 그녀가 살고 있는 지방까지 찾아가 선거관계기사가 실린 신문을 보고있는 사진을 실어 소문이 거짓이었음을 확인해 주기도.

<유언비어의 진원지화>
○…이처럼 엉뚱한 소문들이 나도는 것은 TV·라디오 등 전파매체의 24시간 중계경쟁에서 빚어지는 경우도 있는 듯.
마닐라에서는 현재 MBS-TV가 여당을,「하이메·신」추기경이 대표로 있는 라디오 베리타스(진리의 소리방송)가 야당을 지지하는 내용의 방송을 24시간 쉬지 않고 계속하고 있는데 이들은 가끔 현장중계방송도중 기자들에게 취재지시를 내리기도 하고, 지지자들을 동원하기 위한 홍보내용을 알려주는 것까지는 좋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불쑥『PICC(선관외가개표작업을 진행중인 필리핀 국제회의장)에서 총격사고가 났다는데 누가 희생됐는지 아느냐』『마카티에서「코라손」여사 옆에 서있던 지지자가총격을 받고 숨졌다는데 누구든지 상황을 확인해달라』는 등의 방송도 서슴지 않아 유언비어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것.
○…선거전부터 막대한 자금 동원 설이 나돌아 선거후의 급격한 인플레가 우려되고있는 가운데 요즘 시중에 나돌고있는 페소화가운데는 필리핀 중앙은행총재 사인이 다른 사람의 것으로 바뀐 돈도 있어 갑작스럽게 많은 돈을 찍어내는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난무.
요즘은 암달러상들조차도 은행에서 금방 찍어낸 것과 같은 새 돈을 대량으로 갖고있어 페소화가 선거 후에 얼마나 가치를 갖게될지 모두들 의혹의 눈으로 보고있다.
○…의원1백27명의 출석으로 공식 개막된 국민의회는 처음부터 여야간의 신경전으로 정회를 거듭.
야당의원이 감표위원회구성에 반대, 정치적 발언을 하자 국회의장은 의사 봉을 쳐 정회를 선포.
막판에 이르러 감표위원회구성에 도달했지만 자유선거국민운동과 선관위의 개표집계를 중단시킬지의 여부와 국민운동에 국회검표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느냐의 문제를 두고 또 한차례 여야가 격돌, 회의는 1l일 하오3시까지 정회됐다.

<종사당 밖에서도 시위>
○…10일 대통령선거의 공식 검표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국회는 관심의 초점이 됐다. 케손시티 교외에 있는 국회의사당 방청석은 입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초만원.
수녀들도 간간이 섞여있는 오른쪽 방청석에는 몇 사람의 선창에 따라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래층 입구에서 야당민주연합(UNIDO)의 선거유니폼을 입은 여성방청객들이 나란히 입장하자 이들은 본회의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코리」「코리」를 외쳤다.
그러자 반대편 방청석에서는『「마르코스」「마르코스」』라는 함성이 튀어나왔다.
이쪽에서 L자 제스처를 하면 저쪽에서는 V자로 대항했다.
10일하오「코라손」여사를 지지하는 수백 명의 시민들은 개표작업을 하게될 의사당 밖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이 건물은 우리의 세금으로 지어졌다.「마르코스」는 밖으로 나가라』는 구호를 외쳐댔다.
한편 학생·인근 빈민가 주민 등 8백여 명은 국민의회 앞뜰에 텐트를 치고 결과를 조작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막기 위해 철야하고 있다.
○…「코라손」여사를 지지하는 한 시민은『「마르코스」,당신은 왜「뒤발리에」를 따르지 않는가』라는 포스터를 들고 다니며「마르코스」대통령도「뒤발리에」처럼 곱게 대통령직을 물러나 해외로 떠날 것을 촉구.

<"권력이용 부정 안 해">
○…「마르코스」대통령은 10일 미국TV와의 인터뷰에서 자기는 권력을 사용, 부정을 저지른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자신의 보좌관들이「코라손」여사의 운동원을 상대로 재판을 청구해 놓았다고 말했다.
「마르코스」는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코라손」측이라면서『만약 내가 부정을 저질렀다면 그들은 왜 제소하지 않는가. 우리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비콜에서도 타를락에서도 또 마닐라에서도. 왜 그들은 우리처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코라손, 감사미사 참석>
○…「코라손」여사 지지자들은 9일 밤 케손시티의 페어비유에 있는 국회의사당으로 몰러가『국민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국민이 알권리가 있다』면서 최종집계작업이 벌어지기 전부터 진을 치고 있다.
「라우렐」부통령후보 부인이자 연극배우인「셀리아」여사가 이끄는 약5백 명의 군중들은 유세 때와 마찬가지로 노란색 리번으로 장식한 차림으로 의사당 앞 광장에서 지지구호를 외치다가 경비대와 협상 끝에 3명씩 의사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10일 밤에도 숫자가1천명정도로 늘어나 야당찬가를 합창하거나「코라손」여사지지 구호를 외치면서 철야했다.
○…여야의 개표상황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코라손」여사는 10일하오 한 감사미사에 참석,1천여 명의 지지자들 앞에서『민중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코라손」여사는『당신들 앞에 평화스럽게 서있는 이 여자는 지금 민의, 즉 대통령직을 당연한 권리로서 요구하고있다』고 강조했다.
○…9일 밤 선관위 종사원3O명 이탈사건은 친여당인 이 기구의 체면에 먹칠을 한 것은 물론, 여당후보가 집계조작을 한다는 사실까지도 뒷받침해 줄 수 있게돼 이번 선거 개표과정에서의 가장 충격적인 사건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들은 10일 상오 가진 기자회견에서『양심의 가책을 받아 더 이상 지시대로 일할 수 없었다』고 폭로. 그러나 선관위 측은 이들이『무능력자들로 판단돼 해고당한 것』이라고 발뺌.
○…마닐라시내에서도 처음으로 이번 선거와 관련된 총격사건이 10일 발생,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코라손」여사를 지지하던 데모대가 트럭을 타고 국회의사당으로 가기 위해 금융가인 마카티가를 지나던 순간 벤츠승용차를 타고 가던 무장괴한이 총을 난사,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20대 남자가 사망했고 여자1명은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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