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집행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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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오늘 김영란법에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법은 수정 없이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됩니다. 쟁점은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1)공직자가 아닌 언론인·사립학교 임직원까지 포함시켜도 되는가, (2)부부간에 배우자의 금품수수를 신고토록 하는 게 적절한가, (3)부정청탁의 개념이 불명확하진 않은가, (4)금품 규제액수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헌재는 모두 문제없다고 봤습니다.

그동안 가장 논란이 컸던 게 배우자에 대한 불고지죄 조항이었습니다. 국가보안법에나 있는 조항을 김영란법에도 인정한 걸 보면 부정청탁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스려야 한다는 추상 같은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법의 집행비용입니다.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잘게 나눠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히 파고 들어오는 규제와 단속에 따른 비용 말입니다. 법의 근본 취지는 투명한 선진사회 구현입니다. 법으로 세상을 맑게 만들 수 있다는 법조인의 고결한 발상이 결실을 맺어 9월 28일 이후엔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변해 있길 기대합니다.

 세상을 법으로 바꾸긴 어렵지만 세금으론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현상을 크게 흔들지 않으려는, 방어운전의 성격이 강합니다. 세율을 바꾸거나, 새 세금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공제 한도 조정 폭 역시 미세조정 수준입니다. 세금이 잘 걷히는 판에 정치권 요구를 반영해 덜커덕 증세를 하기엔 부담이 큰 듯합니다. 대선이라는 계절요인도 감안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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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상위층 근로자들의 부담이 이번에도 커진다는 점이 걸립니다. 엄청 잘 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소득층은 아닌, 중간에 끼여 있는 연봉 7000만원 언저리의 봉급쟁이들 말입니다. 이들은 최근 몇 년의 세제개편에서 주로 호주머니를 털렸습니다. 불만이 슬금슬금 싹틀 만합니다.

지난해 한·일 정부 합의에 따라 오늘 출범한 위안부 지원재단이 첫 날부터 만만찮은 반발을 겪고 있습니다. 일부 단체는 한·일 합의 파기를 주장합니다.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 없는 합의는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의 한과 상처는 역시 깊고도 깊습니다. 지금 일본정부는 성의를 다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무성의를 가리진 못합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얼마나 설득과 치유를 위해 노력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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