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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수남 총장이 나서 '상명하복(上命下服)' 검찰 문화 뜯어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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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검찰이 지난 5월 서울남부지검 김홍영 검사 자살과 관련해 김 검사의 상급자인 부장검사에 대한 해임을 청구키로 했다. “부장검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검사의 카톡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사건이 검찰의 상명하복(上命下服)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부장검사 해임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어제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감찰위원회 회의 결과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김대현 부장검사에 대한 해임 청구를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검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업무 처리 과정에서 김 검사에게 인격모독적인 언행을 수차례 했고, 부 회식이나 회의 때 김 검사를 질책하다 어깨 등을 여러 차례 때리기도 했다. 법무부 근무 때는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보고했다며 법무관들에게 수차례 폭언을 했다고 한다.

대검은 김진모 남부지검장에 대해서도 지휘 책임을 물어 검찰총장 경고 조치를 권고했다. 대검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결정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내에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검찰 문화의 개혁은 징계나 다짐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김 검사의 자살은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시스템 속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에게 유·무형의 폭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질 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검찰 조직이 얼마나 폐쇄적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상명하복 문화의 뿌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있다. ‘검찰 조직은 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이 원칙은 2003년 12월 검찰청법 개정으로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아직도 검사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의적인 기소권 행사를 막기 위해선 지휘·감독 체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법에 규정된 검사의 이의 제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민주적 소통 문화도 함께 정착시켜야 한다.

검찰은 “후배 검사에게도 폭언하고 폭행하는데 피의자·참고인은 어떻게 다루겠느냐”는 시민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수남 총장이 책임지고 구시대적 내부 문화를 혁파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 받는 검찰’은 헛된 기대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