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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끊긴 밤거리 곳곳에 바리케이드-본사 박병석 특파원이 본 베이루트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베이루트시의 밤거리는 죽음과 공포로 가득 차 있다. 밤8시쯤이면 베이루트시의 대부분이 , 정전으로 인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기고 거리는 인적이 끊긴다.
기자는 대사관과 호텔직원의 만류를 뿌리치고 4일 하오10시 택시를 전세내 베이루트의 밤거리를 취재하기 위해 나섰으나 불과 5백m도 못 가 드럼통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무장 민병대들로 부터 검문을 당했다.
이 같은 드럼통 바리케이드는 평균 1㎞마다 설치돼 있고 웬만한 길목 요충에는 완전 무장한 경비병들이 감시의 눈을 번득이고 있다.
또 주요건물이나 부자들이 사는 고급아파트 지역에는 별도의 완전 무장한 얼룩무늬 옷을 입은 남자들이 3∼4명씩 무리 지어 밤을 새워 경계하고 있다.
3일하오 기자가 천신만고 끝에 베이루트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공항활주로의 유도 등 도 모두 꺼져 있었고 비행기의 트랩에까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얼룩무늬 복장의 경비원들이 승객들을 일일이 감시하고 있었다.
공항의 전등들이 대부분 파손되어 검사대에서도 패스포트를 겨우 읽을 수 있을 정도였으며 공항관리들의 사무기기나 집기들도 대개 파손돼 있었다.
영접대도 없으며 공항출입문을 나서면 겨우 10여m 앞을 밝히는 가로등 몇 개만이 깜박이고 있었다.
공항의 한 경찰관은 한국특파원의 안전을 고려, 직접 자신이 운전해 한국대사관까지 태워다 주었다.
약 5k에 이르는 공항과 대사관까지의 짧은 거리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으며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이따금 질주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는 박격포를 멘 채 길옆으로 행군하는 전투복 차림의 회교 민병대를 비추고 있었다.
자동차가 라메텔 다이다지역에 있는 한국대사관 앞에 멈추었을 때 기자는 문틈으로 새어나온 불빛에 가까스로 비친 태극기를 보고서야 대사관 건물임을 믿을 수 있었다.
출입문 입구는 물론 창문까지 방탄철문을 한 대사관에서는 불과 20여m 앞의 지중해조차 내려다 볼 수 없었다.
김현진 대사는 이 건물이 82년 이스라엘 침공 때 동독 끝 대사관 집무실이 포격을 받아 보수를 한 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밤이 깊어지자 대사관에서는 요란한 총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기자는 대사관에서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납치범인들의 연락을 기다리며 밤을 새웠으나 점점 총소리만이 거칠어질 뿐이었다.
75년 이후 11년 동안이나 내전에 시달려온 베이루트시는 반 이상이나 폐허가 된 채로 남아있다.
국제전화는 물론 대사관에서 외부로 통하는 모든 전화선이 불통이었다. 한밤중 공포 속에서 베이루트시를 취재하던 기자는 모든 노력을 다해 서울 본사와 연락하는데 무진 애를 먹었다.
한편 레바논경찰은 도서기관의 사진과 메시지가 AFP지사를 통해 한국대사관에 전달된 3일부터 대사관의 경계 및 순찰을 강화했다.
대사관 주위에는 순찰을 도는 2, 3대의 장갑차가 때때로 눈에 띄었으며 대사관을 부분별로 나누어 4, 5명이 한 조로 된 경찰 팀이 대사관 직원 및 건물에 대해 있을지도 모를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김 대사는 5일 레바논 경찰 총 책임자 및 외무성 사무총장. 국회부의장 등에게 대사관경계를 강화해 주도록 촉구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사복경찰도 대사관 경계부근에 투입돼 폭탄공격. 건물 내 잠입 등 또 다른 폭력사태를 예방하기 외해 검문. 검색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레바논 개황>
▲면적=1만4백 평방㎞ ▲인구=3백60만명 △회교도 (시아파 1백만명, 수니파 60만명, 드루즈파 30만명) △기독교도(로마 가톨릭파 60만명, 그리스 정교파 40만명, 그리스 가톨릭파 25만명, 아르메니아 정교 가톨릭파 25만명, 신교도 10만명) △팔레스타인 난민 등 10만명 ▲수도=베이루트, 인구 80만명 ▲언어=아랍어가 공용어, 영어·프랑스어도 통용 ▲국가원수=「아민·제마옐」대통령 ▲주요정당=팔랑헤 당(기독교우파. 친서가), 국민자유당(친 아랍), 진보사회당(회교좌파), 레바논 공산당 등 ▲국민 총생산=42억 달러 (80년 추정) ▲1인당 국민총생산=1천5백∼1천8백 달러 (80년 추정) ▲군사력=△정부군 약2만3백명(동 베이루트 중심으로 기독교도 및 회교도로 구성) △기독교 민병대 약4만명 (카데크 민병대 1만5천명, 남부 레바논 군 3천명) △회교 민병대 3만명 (아말시아파 5천명, 드루즈파 2천명, 수니파 2천명)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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