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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발화 3일 지났는데도 '진화율 10%'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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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샌타클라리타 하트 고등학교에는 적십자의 긴급구호센터가 설치됐다. 적십자는 샌타클라리타 산불로 피해를 본 주민에게 생필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산불로 피해를 본 지역 주민들이 구호센터를 찾아 기저귀와 화장지, 식료품 등을 받아가고 있다. 김상진 기자

화마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2만여 명이 대피했다.

지난 22일 LA다운타운 북쪽 30마일에 있는 샌타클라리타에서 발생한 산불로 25일 현재 3만5155 에이커가 탔다. 또 ▶러닝호스 레인~페이시 스트리트까지 이어지는 플라세리타 캐년로드 ▶와일드라이프 웨이 스테이션~샌드캐년 로드까지 이어지는 리틀 터헝가 ▶14번 프리웨이 남쪽~솔리대드 캐년로드 교차로까지 아구아둘세 캐년로드 3곳을 제외하고 이날 오후 7시에 대피령이 모두 해제됐다.

이 산불로 한 명이 숨지고, 한인소유 주택을 포함한 18채의 주택이 소실됐으며, 200여 채의 상업용 건물이 파손됐다.

피해를 본 한인 주택 주인 존 김 씨는 25일 본지와 통화에서 "집이 전소해 이제 이 지역에서 살기 불가능한 상태라고 본다"며 "현재 친척 집에 머물고 있는데, 원래 집을 포기하고 새집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3000여 명의 소방관이 진화작업에 매달리고 있으나 진화율은 여전히 10%에 머물고 있다.

존 트립 LA카운티 소방국장은 "기존 120대 소방차로는 역부족이어서 200대를 더 투입했다"며 "산불이 하루에 1만 에이커를 태우며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소방관들도 산불 발발 3일 동안 재빠른 대처로 2000여 가구가 타는 것을 막아냈다"고 말했다. LA카운티수퍼바이저위원회는 26일 주정부에 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소방관들이 주민들 대피에 더 신경을 쓰느라 진압과정이 늦어지는 어려움도 겪었다. 또 일부 주민은 대피를 거부했다.

딸과 함께 애완견을 델리고 나왔다는 로이스 워시(87) 씨는 KABC와 인터뷰에서 "남편 고집이 대단하다"며 "대피령이 내려졌음에도 끝까지 집에 머물겠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딸과 강아지만 데리고 나왔다. 지금은 남편이 살아있기만을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드캐년에서 발화해 '샌드 산불'로 명명된 이번 산불은 고온·건조·저습한 환경 속에 시속 20~30마일의 강풍을 타고 인근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LA타임스는 불이 주택가 쪽으로 침범하면서 주택 1500여 채와 상업용 건물 100여 채가 불에 탈 위험에 놓여있다고 전했다. 고온과 강풍 속에 지난 24일부터 산불이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북쪽으로는 아구아둘세 방면으로, 동쪽으로는 액튼 지역을 향해, 서쪽으로는 샌타클라리타 방향으로 산불이 계속 번지고 있다.

통제되는 주요 도로는 샌드캐년과 솔리대드캐년 지점, 샌드캐년과 로스트캐년 지점, 14번 프리웨이 북쪽 방면 샌드캐년 지점 등이다.

▶열돔 현상과 가뭄이 피해 키워

샌타클라리타 '샌드 파이어'는 뜨거운 공기가 정체된 열돔 현상과 5년째 계속된 가뭄이 겹쳐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 열돔 현상(heat dome)은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오래 정체돼 지상의 뜨거운 공기를 가둬 놓는 현상을 지칭한다. 지상의 열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면서 마치 돔 안에 뜨거운 열기가 가득 차는 현상이다.

연방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빌 패저트 기후학자는 "6월 말부터 형성된 고기압 세력이 공기를 아래로 눌러 대기층이 낮게 깔리면서 돔 효과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화씨 100도가 넘는 기온 속에 5년째 메마른 산야는 자연발화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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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타클라리타에서 발생한 산불인 `샌드 파이어`로 25일 현재 3만5000 에이커가 타고, 만여 가구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사진은 산불로 파손된 차량이 샌타클라리타 플라세리타 캐년 로드에서 추락한 모습. 김상진 기자

이모저모

○…로빈슨 랜치 골프클럽도 이번 산불 사태로 인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클럽 관계자는 "산불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 골프클럽이 다시 오픈할 수 있을지 걱정스런 수준으로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샌타클라리타 산불 진화에 희소식도 있다. 25일 국립기상청(NWS)은 LA카운티 산악지역 일대에 내린 화재 '적색경보(Red Flag)'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NWS는 남가주 지역 습도가 20~30%로 높아져 화재 적색경보를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NWS는 습도가 올라가고 주중 기온은 낮 최고기온 84~86도, 밤 최저기온 67~68도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연방 정부도 피해 수습에 나섰다. 25일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샌타클라리타 산불 지역 복구를 위해 '지원금(grant funding)'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지원금은 지난 23일 가주 정부가 요구한 산불 진화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FEMA는 샌타클라리타 산불 진화에 들어가는 예산 75%를 지원한다고 전했다.

○…산불 피해가 난 주택 소유주나 아파트 세입자는 주택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가주 보험국은 샌타클라리타 산불 직후 대피령에 따라 임시거처로 옮긴 주택 소유주와 아파트 세입자가 피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용석·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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