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여당 대통령 후보 코라손 여사 인터뷰|"당선되면 6년 단임제로 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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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닐라=홍성호 특파원】필리핀의 야당 대통령 후보「코라손·아키노」여사(53)는 이번 선거가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번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집권하는 경우 현재의 대통령 직제를 6년 단임제로 바꾸는 등 헌법개정부터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코라손」여사는 기자와의 특별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필리핀 경제 회복정책 등 내외 문제전반에 걸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마르코스」대통령은 여사가 정치적 경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정권을 맡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는데…
▲나에게 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마르코스」처럼 국민을 속이고 부정부패를 일삼거나 경쟁자를 암살하는 등의 경력도 갖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로부터 등을 돌려 나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며 정치적 무경력은 따라서 나의 최대강점이다.
-여사께서는 선거 후 「마르코스」대통령을 재판에 넘겨 처벌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발언이 계엄령 같은 조치를 또다시 유발하지는 않겠는가.
▲나는 그가 정의 앞에서 심판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 남편(고 「아키노」상원의원)에게 단 한번도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마르코스」의 양심이 깨끗하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다음기회에 다시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은퇴할 것인가.
▲나는 이번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 재도전이라든가 은퇴라는 말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유권자들로부터 대다수 표를 차지하여 대통령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는 오직 그것뿐이다.
-선거결과에 대한 예측은.
▲내가 패배하리라는 생각은 한치도 없다. 조국의 앞날을 위해 더 이상 순교자가 생겨서는 안된다. 「도이」(「살바도르·라우렐」부통령후보)는 우리가 80%를 얻으리라고 하지만 나는 깨끗한 승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최소한 70%는 얻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벨다」여사가 「마르코스」대통령의 후계자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돌고 있는데….
▲「마르코스」의 건강이 악화 될 경우 그녀가 최후의 순간에 그 대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있다. 그 경우 나의 승리는 더욱 확실해 질뿐이다.
국민의 손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 자리를 넘겨 받는다면 그것은 찬탈임이 분명하다.
-UNIDO(민주야당연합)가 집권하면 대통령 직제를 6년 단임제로 바꾸겠다고 여사의 러닝메이트인 「라우렐」후보가 밝혔다. 여사도 같은 의견인가.
▲그렇다 .대통령이 고유한 임무를 저버린 채 재집권만을 노린다면 「마르코스」같은 사람이 또 나오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장기집권의 병폐를 뿌리뽑기 위해 집권 후 첫 작업으로 새헌법을 마련할 것이며 그 가운데는 구정권이 만들어놓은 헌법 제6조(대통령 긴급조치권)를 삭제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의 헌법은 「마르코스」 개인의 헌법이다. 20명이 불과 60일 동안에 작성한 헌법이 어떻게 필리핀 전체국민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가.
-동남아에서 최근 2년간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만을 거듭해 온 필리핀 경제를 어떻게 일으켜 세우겠는가.
▲경제문제는 「마르코스」보다 더 힘든 상대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한다면 60년대 우리가 갖고있던 저력도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와 관련된 우리의 첫 단계 작업은 국가재정 및 외채다. 우리는 「마르코스」가진 빚이 얼마인지도 자세히 모르고 있다. 우선 그에 대한 조사부터 실시할 생각이다.
2단계는 실업자·임금문제다. 필리핀은 현재 실업률이15%이며 반실업자가 45%다. 나머지 취업근로자들도 최저 생계비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을 만큼 비참한 생활을 하고있다. 군장병(하사관∼상사) 임금이 월 3백50∼6백페소(1만7천5백∼3만원), 교사가 7백∼8백페소(3만5천∼4만원), 경찰이 8백∼9백페소(4만∼4만5천원), 간부급 공무원도 2천∼2천5백페소(10만∼12만5천원)이니 월급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같은 임금체계는 이 나라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있다.
우리는 이밖에도 진정한 토지개혁, 정부에 의한 독점기업 철폐 등 8가지의 경제 기본정책을 구상해놓고 있다.
-이번 조기선거는 미국의 입김도 작용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선거가 자유스럽게 치러지지 않을 경우 미국의 개입가능성도 시사되고있다.
▲미국은 필리핀 사회의 긴장완화와 함께 공정선거실시를 강력히 요망하고 있다.
그에 따른 미국언론의 압력과 미국정부의 노력이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어느 외국의 사주에 의해서가 아니라 필리핀 국민들만의 자유의사에 의해 치러지고, 결과가 나타나야 한다.
-7함대 소속 미 함정들이 1만4천명의 병력과 함께 마닐라만에 집결했는데 미국의 이같은 군사행동은 이번 선거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
▲나는 그들이 왜 그곳에 와있는지를 모른다. 다만 한가지 이유는 미 의회의 관측에 따른 것일 수는 있다. 즉 그들 자신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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