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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눈으로 밤새며 구출 소식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도재승씨 납치소식이 전해지자 가족들은 초조와불안 속에서 뜬눈으로 밤을새우며 현지로부터의 소식을 기다렸다.
대구시 용산동420 도씨의 고향집에는 어머니 이조이씨(63) 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가 31일하오5시40분쯤 서울의 작은아들로부터 전화연락을 받고 식음을 전폐한채 아들의 구출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고있다.
이씨는 『지난 연말 「어머니생신날(1월2일) 생신상을 차려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며느리(정봉하·39)와 손자 손녀(2남1녀)의 안부편지를 받았는데 이럴수가 있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특히 『전쟁이 끊일 날없는 지역에서 근무한다기에 날마다 부처님께 새벽불공을 드리며 아들이 무사하기를 빌어왔다』며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누가 우리아들 좀 구해달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울부짖었다.
서울우이동64에 살고 있는 아버지 도일규씨(68)도 31일 하오 외무부로부터 소식을 전해듣고 『이럴수가 있느냐. 혹시 변을 당한 것은 아니냐 』며 넋을 잃고 있다.
아버지 도씨는 지난달 17일 부쳐온 아들의 편지를 내보이며 『북괴의 짓은 아니냐』고 외무부 당직실로 전화를 거는등 안절부절못했다.
도서기관이 보낸 편지에는 『이곳 베이루트는 전쟁지역이지만 그리 위험한 곳도 아니고, 이곳 식구들 모두 잘있읍니다. 세배를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씌어있었다.
서울 삼성동 도서기관의 동생집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침통한 분위기.
동생 지출시는 하오8시 30분쯤 베이루트 형수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구출 소식이 없느냐』며 안타까와 했다.
통화에서 정씨는 『납치직후 대사관에서 연락을 받고 알았다』며 은연(14·장녀)과 요인(12·장남)은 학교에 가 아빠의 납치사실도 모르고 있다 며 흐느꼈다.
지출씨가 『정부에서 여러 가지로 대책을 세우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위로하자 정씨가 통곡을 하는바람에 통화는 5분만에 끝났다.
도서기관은 지난해 9월 베이루트로 출국할때까지 서울대치동 쌍용아파트10동702호에 살았으며 임지로 떠나면서 이 아파트를 전세 놓았었다.
○…피랍된 도서기관은 대구 성서국교 대구중 경북고(60년 졸업)를 거쳐 서울대법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학시절에는 줄곧 장학생이었다.
평소 성격은 차분하고 필요이외의 말은 삼가는 조용한 성품으로 고교시절 학급성적이 5위이내에 드는등 착실히 학업에 열중할 뿐 폭넓은 교우관계는 없었다.
도서기관은 64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뒤 군에 입대, 파월장병으로 주월사령부에서 복무했으며 현지제대후 미국 빈델사에서 1년여동안 근무하다 귀국했다.
도서기관은 귀국후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여의치 않자 롯데라면에 1년동안 다니기도 했으며, 73년 4급외무직시험을 거쳐 외무부에 들어갔다. 영어 불어 독어는 완벽한 수준.
고교동창인 정용달씨(45)는 『도씨가 사회에 진출해서도 술 담배를 않고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항상 침착한 태도를 보여왔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무사히 헤어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6촌형 구기씨는 『동생이 평소 말이 없었으나 어렸을때부터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고 형제간에도 우애가 깊어 서울의 동생 지출씨과는 해와근무중에도 자주 집안 안부전화를 해 상의하는등 집안일에 항상 신경을 써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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