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귈렌 조카, 터키 쿠데타 연루 혐의로 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측근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에르도안, 반대파 색출 속도 높여
대통령 경호대 2500명도 해산

23일(현지시간) 터키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귈렌의 조카인 무함마드 사이트 귈렌이 이날 쿠데타 연루 혐의로 구금됐다. 귈렌의 친척 중 처음이다. 무함마드는 터키 동부 에르주룸에서 붙잡혔으며 수도 앙카라로 이송될 예정이라고 아나돌루는 덧붙였다. 에르주룸은 귈렌의 고향인 코루주크와 인접한 곳으로 귈렌이 사상을 발전시킨 근거지다. 영국 BBC방송은 “무함마드가 혐의를 부인했지만 체포됐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 관계자는 또 귈렌의 오른팔인 하일스 한지도 체포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지는 쿠데타 발생 이틀 전 터키에 입국했다”며 “귈렌에게 자금을 조달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는 또 귈렌과 연관됐다는 이유로 사립학교와 대학 1043곳, 병원 및 비영리 민간단체 1229곳, 노동조합 19곳 등을 폐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세일러스버그에 망명 중인 귈렌은 이번 쿠데타와 자신은 무관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작극이란 주장을 계속했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쿠데타를 명분 삼아 귈렌 등 반대파 색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근거해 피의자 기소 전 구금기간을 최장 이틀에서 30일로 늘리는 내용의 칙령도 발표했다. 법원이 구속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30일간 용의자를 붙잡아 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구금된 사람은 1만3000 명 정도다. 군인 8831명, 경찰 1329명, 판사 2100명, 검사 689명이 포함됐다고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가 밝혔다. 면직된 공무원은 4만5000명에 달한다. 에르도안은 2500여 명이 속한 대통령 경호대도 해산했다. 터키 세속주의 본산이었던 군을 물갈이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지만 에르도안은 이날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쿠데타 이후 엄격한 안보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선입견에 사로잡혀 터키를 보지 말라”고 일축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