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겨울 산 등반…2명 조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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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남설악=권혁룡기자】 26일 하오9시쯤 강원도양양군서면오가2리 오색약수터 서쪽 3km 지점 남설악 주전골에서 주말 등반에 나섰던 등산객 48명 (남자 20명· 여자28명) 중 3명이 강추위와 심한 눈보라에 조난, 이중 정재덕씨(24 서울봉천6동1690·국립공업시험소직원) 와 채승원씨(30 서울원효로4가 풍전아파트가동163호 여의도 미술학원강사) 등 2명은 동사하고, 권을도씨 (28) 는 구조됐다.
이들은 일반관광객들로 겨울등산장비를 깆추지도 않은데다 등산 도중 술을 마시는 등 겨울 산을 얕잡아 보다 변을 당했다.
◇사고경위=한우리 산악회(회장 김영천 30) 회원 3명이 주축이 돼 모집한 일행 48명은 25일 하오5시 오진삼용관광 버스편으로 서울을 출발, 설악산 정아콘도에서 1박한 뒤 26일 상오10시쯤 리더 김영천씨 (30) 인솔로 오색을 떠나 남설악 점봉산을 거쳐 한계령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취했다.
이들은 그러나 해발1천3백50m 지점에 이르렀을 때 심한 눈보라와 영하 15도의 혹한을 만나 중도에서 등반을 포기, 하오2시쯤 하산하기 시작했다.
일행은 리더 김씨를 따라내려 가던 중 점심때 소주를 마셨던 정재덕씨가 탈진해 뒤로 처지기 시작해 일행 중 채씨와 권씨가 정씨를 부축하며 내려오다 본대로부터 완전히 떨어졌다·
부축을 하던 채씨와 권씨도 나중에는 완전히 탈진, 깊이1m이상 쌓인 눈 속에 완전히 갇혔다.
◇구조=본대를 이끌고 앞장을 섰던 리더 김씨는 하오8시쯤 오색약수터에 도착, 국립공원 오색관리분소에 이들의 조난을 신고했다.
경찰은 하오9시쯤 구조대원 15명을 현장에 급파했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채씨는 이미 동사한 뒤였고 정씨와 권씨는 동사 직전에 놓여 있었다.
구조대는 이들을 15km 떨어진 양양읍 서울의원에 후송했으나 정씨는 하오11시쯤 병원에서 숨졌다.
◇문제점=오색관리 사무소의 청원경찰 박문성씨 (32)에 따르면 당초 이들이 등산하겠다고 신고해 왔을 때 겨울등반에 전혀 대비하지 않은 옷차림이어서 입산을 못하게 했다는 것.
그러나 리더인 김씨가『등산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전골 옆 12폭포까지만 가서 점심을 해 먹고 오겠다』고 말해 입산을 허용했다.
일행은 겨울등산에 필수적인 스패치 아이젠은 고사하고 만일을 대비한 플래시조차 준비하지 않았으며 비상식량도 없었다.
대부분은 방수도 안 되는 등산화에 간단한 하이킹 복장이었다.
더구나 숨진 정씨는 점심을 먹으면서 술까지 곁들여 1m이상 쌓인 눈길에서 제일먼저 탈진했다. 겨울 산을 너무 얕잡아 봤던 것.
특히 일행이 48명이었는데도 리더가 단1명뿐이어서 뒤로 처진 일행을 돌볼 사람이 따로 없었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회장 김씨 등 3명은 관광회원을 모집해 회원 45명으로부터 1인당 교통비 숙박비 명목으로 1만원씩「45만 원을 받아 서울∼속초간 왕복버스 전세비 17만원과 정아콘도 5칸 (회원권소지) 관리회비 4만4천 원 등 1만4천 원을 빼고 나머지 23만6천 원을 수입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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