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연수원 농성 첫 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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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학생시위 사건으로 가장 큰 규모인 14개대 82명이 구속 기소된 민정당 중앙정치 연수원 농성점거사건의 이대와 연대생 9명에 대한 첫 공판이 발생 70일 만인 27일 서울형사지법 합의14부 (재판장 안문태 부장판사)심리로 대법정에서 열렸으나 학생들이 재판을 거부, 개정10분만에 휴정하는 소동을 빚었다.
재판부는 2차례 휴정 끝에 피고인들로부터 검찰신문 변호인 반대신문을 모두 거부한다는 의사를 확인한 후 신문 없이 사실심리를 종결, 2회 공판 (2월11일) 부터 증거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고 1시간만에 재판을 끝냈다.
형사사건에서 법정에서의 사실 심리 없이 증거조사에 바로 들어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날공판은 상오 10시부터 이대생 서영미 (24 과학교육4 휴학) 최미경 (23 화학4 휴학) 이지숙(23·제약3) 우윤명 (22 국문4 제적) 피고인 등 4명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고 하오2시부터는 연대생 장경혜 (23 여 교육4) 안종호 (22 중문3 제적) 최성일 (23 행정4 휴학) 신희준(24 경제4)·차은경(23여 사회4 휴학) 피고인 등 5명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법정소란 등의 방지를 위해 이 사건을 20개 부분으로 나누어 기소했기 때문에 재판부는 같지만 이대와 연대생들은 따로 공판을 받았다.
이날 공판에는 검찰 측에서 서울지검 김종남·이사철 검사가 관여했고 변호인으로는 이원형 용남진 변호사 등이 나왔다.
◇개정=상오 공판에서 재판장인 안 부장판사가 자리잡고 개정을 선언하는 순간 피고인석의 서영미양 등이 큰 목소리로 반정부구호를 외치며 재판을 거부했다.
재판장은『한 사람씩 얘기해주기 바라며 미 문화원사건 때처럼 떠들기만 하다 하고 싶은 주장을 못하면 더 손해가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이지숙양이 다시 일어나『민주재판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하자 재판부는『어떤 소란이 있어도 재판부는 단호히 공판을 진행하겠으며 거부하면 한 명씩 출정시켜 심리하겠다』고 밝힌 뒤 『피고인들의 태도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10시20분쯤 10분간 휴정을 선언했다.
학생들이 재판을 거부하자 방청석에서는 안타까운 듯 탄식이 둘리기도 했다.
휴정이 선언되자 피고인들은『구속학생 석방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퇴장했다.
◇심리=피고인들이 다시 입정한 후에도 계속해서 자신들의 재판에 임하는 입장을 밝히겠다며 말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자 재판장인 안 부장판사는『기회를 충분히 줄 터이니 우선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을 듣겠다』 말했다.
5분간에 걸친 공소요지낭독이 있은 후 상오10시35분쯤 이지숙 피고인은 자리에서 일어나「관련학생 전원석방」등 4개항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재판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 1명씩 분리 심리키로 결정하고 피고인들을 모두 퇴정 시켰으며 이때 피고인들은 『분리심리 거부한다』 는 등의 구호를 외치다 교도관들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이어 재판부는 서영미 피고인만을 불러 검찰 측의 직접신문을 시작하도록 했으나 서양이 구호를 외치자 상오10시50분쯤 서양에 대해 퇴정 명령을 내렸다.
나머지 3명의 피고인들도 1명씩 불러 의사를 물었으나 모두가 분리심리를 거부하며 재판에 용하지 않겠다고 말해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병합 심리키로 결정, 4명의 피고인을 함께 입정시켰으나 또 다시 재판을 거부하자 5분간 휴정한 뒤『심문 없이 사실심리를 마친다』며 상오11시5분쯤 재판을 끝냈다.
○…방청권은 피고인 수가 적어서인지 제한 없이 발부돼 미문화원 재판 때 제기됐었던 공개재판여부 시비는 생기지 않았다.
법원관계자는 가족 당 두 장씩 이외에도 방청을 원하는 사람은 주민등록증만 제시하면 모두 방청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민정당 중앙정치 연수원 농성사건 첫 재판이 열린 서울형사지법 대법정 주변은 다소 경비인원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미문화원 재판 때와는 달리 비교적 차분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상오9시40분쯤 서영미 최미경양 등 2명을 태운 서울5가 7828호 마이크로 호송버스가 도착, 푸른 수의에 장갑을 낀 차림의 서양 등은 여 교도관의 호송을 받으며 차를 내리면서 반정부구호를 외치다가 교도관들로부터 입을 틀어 막히는 제지를 받기도 했다.
5분쯤 뒤 잇따라 도착한 나머지 2명도 구호를 외치다가 제지를 당하고 몸을 버둥거리면서 피고인 대기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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