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행간에 「대화」융통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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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은 이민우총재의 기자회견을 통해 여권이 제시한 이른바 「큰 정치」 의 개념을 비판하고 88년까지의 개헌논의 유보등정쟁지양 제의를 거부했다.
아울러 신민당은 정부·여당이야권이 원하는 「민주화 일정」을 밝히지 않는한 당초 계획대로 총재이하 60만 당원들이 「감옥에 갈 각오」 로 양외개헌투갱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예상했던대로 이총재가 밝힌 신민당의 시국관과 정국구상은 입론의 출발부터가 정부·여당과 달랐다.
신민당은 현 체제를 『국민에게정부선택권을 박탈했다』 는 점에시 유신의 연장선상으로 보았으며 2·12종선은 『직선제 개헌만이 진정한 안정과 화합을 가능케 한다는것을 입증한 일종의 혁명이었다』 고 주장했다.
때문에 일정기간 개힌논의를 유보하자는 정부· 여당의 제의는 『민주화의지를 전면 거부한것』 이자『현존하는 위기의 무책임한 방치』라는것이다.이와함께 개헌논의는정쟁이 아니라 국민의 정당한 요구이므로 이것 없이는 통제불능의상황으로 정국이 악화될것이란 논리를 전개했다.
신민당은 또 무역마찰·대량실업· 빈부격차· 외채· 노동문제· 부정부패·학원·언론탄압등으로 지금이『6·25이후 최대의 난국』이란 진단과 함께 정부·여당의대응책을 『자유당· 공화당시절보다더 심하다』 고 혹평했다.
한마디로 개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점을 앞세워 정부·여당이 말하는 「평화적 정부이양」은 이 당장기집권」, 「큰 정치」 는「몰정치」 라는 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이같은 강경기조에도 불구하고 이총재가 영수회담을 희망하고 『과정에 관한 문제는 얼마든지 대화와 합의가 가능하다』고 말한 대목은 주목할만하다.
특히 국회내 헌법연구특위를 두자는 여당제의에 일체 언급을 하지 않은 점과 89년이후의 일에대해△그때는 개헌을 하겠다는 것인가△차기대통령하에서의 통치질서구상이 무엇인가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진것은 그 답변 여하에따라 신민당의 자세가 달라질수도있다는 함축이 담겨있는것 같다.
아울러 남북대화, 민생복지운용 특위설치와 임시국회운영계획, 국회법개정등에 원칙적인 동의를 표시한것은 대화와 협상에 관한신민당의 융통성을 보인 것이며 절충을 위한 소지로 해석될 수 있다.
또 비록 민주화 일정제시를 촉구하기위한 도입부분으로 언급됐지만 86,%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모든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원칙선언을 하고있다.
이처럼 이총재의 회견은 강·온,화·전의 양면을 함께 갖고있다고 봐야 할것 같다.그리고수사나 용어가 강경한 야당의 관항을 생각한다면 강경기조에도불구하고 대화 여지는 적지않다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이총재의 이같은 회견내용이 정부· 여당의 「휴전제의」에 대응하는 야권의 통일된 목소리나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정국을 보는 눈이 두 금씨나 재야와 신민당이 다르고, 지향목표와 접근방법도 각양각색인데다 정부· 여당의 후속전략이 여러가지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의 제의에 대해 두금씨는 신민당보다 좀너 강경한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씨는 『88년까지 야당의 기능을 정지하라는 것이며 자살을종용하는 것』, 김영삼씨는『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민주주의는 흥정의대상이 될수없다』 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또 두김씨는 신민당과 재야가연대해 장외투갱을 벌이는것외에다른 선택은 있을수 없으며 협상이나 타협도 투갱결과에 따라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신민당이 처한 객관적인 상황아나 소속의원들의 이해타산·사기가 두김씨의 기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게 사실이다.
첫째, 지난 1년간의 여야 극한대립으로 정치 전체가 불신과 실망목으로 기운데다 불경기등에서오는 불안감으로 인해 국민들이야당의 장외투쟁을 총선때 표를 몰아주었듯이 지지해 주겠느냐는것을 회의하는 사람이 많다.
둘째, 내부적 갈등과 원심력으로 인해 전열정비가 안되어있어 뾰족한 대책을 세우기가 어려운점이다. 김영삼씨인당문제에 관한동교· 상도동간의 이견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있고 일반 의원들은파국없는 의정생활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역력하다.
또 신보수회가 집단 탈당하고고대앞사건· 의사당사건에 이어 송현섭·이길범의원등이기소당하는사태가 의원들의 투쟁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헌추진본부 시·도지부장「감투」를 서로 사양하는 당내분위기가이런 사정을 잘 설명해주고있다.
그러나 현실적 선택에 있어서는 정부·여당이 뭔가적절한명분이나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않는한 신민당이 협상보다는 장외투쟁쪽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특별한 대안이 없을때는 명분론과 논리의 자전력에묶이는것이 야당의 속성이며 개혁과 더불어 재야로부터의 압력도 적지않을것이기 때문이다.
그럴경우 정부·여당과 국지적으로 「현판」 을 붙어볼 가능성이있고 그런다음타협을 하든,다른 방도를 모색하든 하게되지 않겠느냐는 체념적 응전론이 신민당의원간에 많다.
다만 그런 과정에서도 국회를포기하지 않겠다는 신민당의 입장은 분명하다.개헌논의도 결국원외에서는 한계가 있으며 국희를 통한 확산이 첩경이라는 판단을 하고있다.
따라서 이총재가 회견에서 언급하지않은 헌법연구특위문제에 신민당이 응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지배적이며,국회법개정문제등을 통한 국회내에서의 대학의 끈은 계속 유지될것으로 보는것이 유력하다.
곁국 앞으로 정국이 대화와 대립 어느족으로 가느냐의 문제는정부· 여당이 지금부터 어떻게 나오느냐에 주로 달려있다고 볼수밖에 없을 것같다. <전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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