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번복 않기로 결정|가톨릭대 "사정은 학교권한 잘못 있으면 법적 결정 따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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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가톨릭의대는 24일 지체부자유를 이유로 불합격 처리된 권미선양(19·정신여고 졸) 등 3명에 대해 교수회의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 불합격조치를 번복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가톨릭의대 최진 의학부장은 24일 정오 정립회관 황년대관장(47·여)에게 전화를 걸어 『23일 교수들을 만나 설득했으나 교수회의 의결사항을 하루 이틀 사이에 번복할 수 없었다』며 불합격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최 부장은 또 『입학사정에서 합격·불합격의 문제는 학교고유권한이므로 문교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라며 『학교측의 결정에 잘못이 있다면 법적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상오11시부터 정립회관에서 학교측의 통보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권양 등 세 학생과 학부모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뜨리며 88장애자올림픽을 유치하는 마당에 이런 불공평한 조치가 있을 수 있느냐고 말하고 빠른 시일 안에 김수환 추기경(가톨릭의대 이사장)을 방문, 관계요로에 진정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권양은 통보를 받는 즉시 쇼크를 일으켜 가족들과 함께 서울 성수동2가 집으로 돌아갔고 유원종군(18)·제동성군(18) 등 2명과 나머지 가족들은 정립회관에 남아 황 관장과 사후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제군은 『억울하다. 지금 어떤 어려옴이 있더라도 이를 이겨내고 기어코 의사가 되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또 유군은 『세상이 냉정하다』며 학교측에 「양쪽 다리가 성한 사람만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성경 귀절이 있는지 묻고싶다고 말하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유군의 아버지 유재도씨(56)는 88년 장애자올림픽주최국으로서 어떤 장애자라도 법에 명시된 정당한 보호를 해줘야 할 학교측이 불합격을 끝내 고집하는 것은 이들 장애자들을 유기하는 처사라고 비난하며 『앞으로 법정투쟁 등을 벌여서라도 학교측의 결정을 번복시키겠다』고 밝혔다.
황년대 관장은 『이들에게 교육받을 권리를 회복시켜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다시 설득작업을 펴고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제소 등 강경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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