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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완벽한 맥아더, 괴물같은 북한군…147억짜리 반공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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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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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 장군 역의 리암 니슨.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인천상륙작전’(27일 개봉·이재한 감독)은 반전영화인가, 반공영화인가.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다. 이 영화는 북한군이 우위를 점하던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을 다룬다. 정확히는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북한군이 점령한 인천에 잠입해, 군사 정보를 수집한 남한 해군 첩보부대의 활약을 그린다. 147억의 순제작비, 이정재·이범수 등 스타 캐스팅에 인천상륙작전을 총지휘하는 유엔군의 맥아더 장군 역으로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을 캐스팅해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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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림계진(이범수) 사령관과 한국군 첩보부대 장학수(이정재) 대위가 서로 총을 겨누고 있다. 장학수는 군사 정보를 빼내기 위해 북한군으로 위장해 림계진이 책임을 맡고 있는 인천 사령부에 잠입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시작부터 한국군 첩보부대의 장학수(이정재) 대위 및 대원들이 인천 북한군 사령부의 림계진(이범수) 사령관을 속여 비밀리에 작전을 펼치는 과정을 빠르게 묘사한다. 전투장면, 추격전 등 전쟁 블록버스터답게 화려한 액션을 볼거리로 내세운다.

27일 개봉하는 ‘인천상륙작전’
블록버스터답게 액션 화려한데
흐름 빨라 감흥 느낄 틈조차 없어
국군 죽을 때마다 슬로모션 과해

정작 영화는 화제성에 비해 실망스럽다. 우선 영화의 흐름이 전반적으로 빠르다 못해 성급한 인상이다. 사건의 개요를 전달하는 데만 몰두하는 편집이 순간순간 감흥을 느낄 만한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액션 장면은 컷이 너무 잘게 나뉘어져 인물과 동선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반면 한국군 첩보 부대원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하나같이 구슬픈 음악과 함께 감상적인 슬로 모션으로 처리한다.

더 중요한 것은 영화가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시각. 장학수를 비롯한 남한 첩보 부대원들은 인간적으로 묘사하는 반면, 림계진과 북한군들은 하나같이 공산주의 이념을 위해서라면 피붙이도 죽일 수 있는 무자비한 인물로 그린다. 화가 난 림계진이 부하 대원들을 즉흥적으로 총살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이러한 묘사는 한국전쟁에 뒤얽힌 복잡한 국제 관계와 역사적 배경을 뭉뚱그리는 흑백 논리에 가깝다. 이는 지난해 6월 개봉해 604만 명의 관객을 모은 ‘연평해전’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동명 사건을 극화한 ‘연평해전’ 역시 남·북한군의 교전을 다뤘지만, 선악 구도 대신 젊은 군인들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정서를 극의 전면에 내세웠다.

극 사이사이 대부분 유엔군 사령부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맥아더 장군에 대한 과도한 영웅화도 석연치 않다. 시종 명언을 쏟아내는 맥아더 장군은 한국 소년병과의 일화를 통해 인간애와 군인 정신으로 똘똘 뭉친 영웅으로 치켜세워진다. 선·악 이분법으로는 가릴 수 없는 복합적 인간의 면모나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입체적인 시각을 ‘인천상륙작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과연 147억원의 순제작비로 60여년 전 민족의 비극을 재현한 이 영화가 21세기에 일깨우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낡은 반공주의나 단순한 애국주의를 자극하는 것 이상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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