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아이들 인성교육, 범국민 프로젝트로 실천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난해 7월 21일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이 첫돌을 맞았다. 2012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구 중학생 사건과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을 육성하기 위해 2014년 말 제정된 법이다. 국회·교육부·여성가족부 등 11개 기관이 ‘휴마트 인성교육 캠페인’을 벌이고 국민이 공감하면서 여야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초·중·고교 인성교육을 의무화한 세계 최초의 법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인성교육법의 핵심 가치는 예·효·정직·책임·존중·배려·소통·협동 등 8가지다. 이를 통해 입시·성적 경쟁에 짓눌려 피폐해진 아이들의 정서를 살리고 건전한 가치관을 심어줘 책임감·배려심·자존감이 충만한 공동체 시민의식을 키워주자는 것이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막말, 재벌가 자손들의 갑질, 120억원 ‘주식 대박’ 진경준 사태 등을 접한 국민은 올바른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막말과 극단적 우월·이기주의, 품격 훼손도 전인교육 결핍에 근본적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인성교육법의 1년 시행 성과를 보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한국교총에 의뢰해 교사 804명에게 물어보니 32%가 법이 제정·시행 중인 사실조차 몰랐다. 인성교육을 하랬더니 두발 단속만 하는 학교도 있었다. 게다가 교사의 절반가량은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에 깜깜이였다. 교사들이 이 정도니 일반 시민들은 과연 어떻겠는가. 정치인과 정부가 법 제정 생색만 낸 탓이 크다. 이대로라면 학교폭력·집단 왕따·성추행·교사폭행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결코 줄일 수 없다.

인성교육진흥법이 겉돈 1차 책임은 교육 당국에 있다. 이 법은 정부가 내놓은 5개년 계획에 따라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이 시행계획을 마련해 매년 추진 성과와 활동 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내놨어야 할 종합계획이 올해 2월에 나오자 새 학기 준비에 분주했던 일선 학교가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누리과정 등을 둘러싼 교육부와 교육감들의 대립으로 시행계획을 세운 곳이 거의 없었다. 관련 예산도 빈약하다. 올해 겨우 5억원 을 책정하더니 내년엔 3억6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말만 앞세웠던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인성교육이 실효를 거두려면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말처럼 가정·학교·사회·정부가 동참하는 국가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 법에 앞서 실천이 중요한 것이다. 우선 교육부가 모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교실 안 도덕·윤리교육 대신 체험을 통해 몸으로 익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자유학기제를 통한 체험도 그 방법이다. 교육청과 학교도 나서자. 특히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은 정부에 대립각만 세우지 말고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적극 동참하기 바란다. 당연히 ‘밥상머리’ 교육 등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야 인성교육이 범국민 프로젝트로 뿌리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