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된 차량을 국내 렌터카 차량으로 둔갑…자동차등록증 불법 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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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수출돼 국내에 없는 차량을 허위로 등록해 자동차등록증을 만들고 이를 렌터카 업체 등에 넘긴 수출업자와 브로커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인천지검 외사부(김종범 부장검사)는 21일 공전자 기록 등 불실 기재 및 여객 자동차 운수 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27명을 적발해 이 중 차량 수출업자 A씨(37)와 차량 명의이전 브로커 B씨(49)를 구속 기소했다. 또 같은 혐의로 수출업자 C씨(29)와 렌터카 업체 사장 D씨(59) 등 18명을 불구속·약식기소하고, 달아난 렌터카 업체 사장 등 7명을 지명수배했다.

A씨는 2005년부터 최근까지 베트남 등 해외로 수출한 신차를 국내에 있는 차량인 것처럼 차량등록사업소에 허위로 등록하고 25대의 차량등록증을 렌터카 업체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 B씨도 같은 기간 이미 수출된 차량 31대의 차량등록증을 렌터카 업체 3곳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렌터카 업체의 경우 출고한 지 1년이 안 된 차량 50대가 있어야 신규업체로 등록할 수 있다. 이들은 이런 점을 노려 범행을 했다.

A씨는 자신이 베트남으로 수출하기로 한 승용차를 견인·구조차량 같은 특수목적차량(특장차)로 둔갑시켰다. 차량 등록을 말소한 뒤 수출해야 하는 승용차와 달리 특장차의 경우 차량 등록 없이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차량을 수출한 뒤 차량등록사업소를 찾아 없는 차를 '승용차'로 등록했다. 국내에 없는 차가 국내 차량으로 등록은 된 이른바 '유령차'가 만들어진 것이다. 차량등록사업소는 차량 실물 확인 없이 서류만 확인하고 등록을 해 이들의 범행이 가능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A씨와 B씨 등 수출업자와 브로커들은 이런 유령차의 차량 등록증을 1개당 40만~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렌터카 업체로 넘겼다.

이런 식으로 수출업자 4명과 브로커 4명이 전국 렌터카 업체에 명의를 넘긴 유령차는 모두 450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렌터카 업체 19곳은 이들에게 돈을 주고 렌터카 사업을 벌였다.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려면 최소한 출고한 지 1년이 안 된 새 차 50대를 보유해야 한다. 이럴 경우 초기 자본 금으로 1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하지만 적발된 렌터카 업체들은 A씨 등에게 차량등록증을 구입해 차량 50대를 확보한 것처럼 꾸며 업체로 등록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세관에 수출 신고가 되었거나 수출된 차량을 차량등록사업소의 차량등록 과정에서 확인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했다"며 "관세청과 국토교통부에 수출 신고된 차량 정보를 세관과 차량등록사업소가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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