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30%도 안 남았는데 (장해) 4등급…" 정부여당, 긴급지원기준 마련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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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연숙 씨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폐가 30%도 안 남았는데 (장해) 4등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연숙 씨가 21일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을 찾아 마이크를 들었다. 김 씨는 “정부에서 소외된 3ㆍ4등급의 피해자들을 하루빨리 구제해달라”며 “피해자들이 수술 시기를 놓쳐 이마저의 희망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3등급은 폐질환과의 인과관계 가능성 낮음, 4등급은 가능성 거의 없음을 뜻한다. 김 씨는 “폐 이식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왜 4등급을 받아야 했는지 제대로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폐 이외의 질환 판정에 대한 기준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달 3일 중증 피해자들에게 치료비ㆍ장례비 외에도 생활자금과 간병비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먼저 지원금을 준 뒤 가해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대책에도 3ㆍ4등급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은 빠져 있었다. 정부의 1ㆍ2차 조사에서 3ㆍ4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는 전체 530명의 57%가량인 303명에 달한다.

기자회견을 주선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은 “어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을 만나 폐섬유화 이외의 질환 판정기준 설정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며 “긴급지원 기준을 마련해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가습기 이외의 명백한 다른 원인을 찾아내지 않는 한 의료비, 긴급생활자금 지원이 되어야 한다”며 “빠르면 다음 주에 환경부와 당정협의를 갖고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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