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개혁 서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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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입 마감 창구의 「난장판」을 보고 현행제도는 어서 빨리 고쳐져야 한다는 소리가 한결같다. 물론 어떤 제도건 지고지선은 없다. 어차피 지망자 모두를 수용할 수 없는 대입의 경우 경쟁은 불가피하고 제도 때문에 득을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반대로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현행제도 때문에 득을 본, 이른바 눈치작전에 성공해서 합격의 영광을 누리게되는 수험생들조차 지금의 제도가 좋은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벌써 몇 년째 투기판 입시전쟁이 되풀이되면서 무엇이 문제며, 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지는 입이 아프도록 지적되어 왔다.
그때마다 문교당국은 개선 내지 보완책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결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점수가 합격선에 훨씬 못 미치는 수험생에 대해서는 학교재량으로 탈락시킬 수 있는 권한을 줌으로써 희화 같은 배짱지원은 없어졌다. 그러나 카폰에 워키토키까지 동원되는 눈치 작전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조금도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격심한 눈치작전을 줄이기 위한 당국의 갖가지 처방은 결과적으로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금년에 도입된 논술시험은 사지선다형의 테스트방법이 안고있는 약점을 커버하는데 꼭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당장엔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비칠 뿐이다.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내신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도 사방에서 불거지고 있다. 예·체능계를 비롯해서 거의 모든 과목에 걸쳐 내신성적을 둘러싼 잡음은 꼬리를 물고있다.
시험관리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수험장의 조건과 환경을 공평하게 해준다는 게 불가능함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 무리를 무릅쓰고 대입관리를 정부가 도맡아 해야할 까닭이 무엇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교육개혁 심의회가 대학 신입생의 선발기능을 대학에 되돌려 주는 방향의 제도개혁을 건의한 것은 그런 뜻에서 너무도 당연하다.
문제는 제도개혁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에 있다. 아무리 잘못된 제도라도 근간을 바꾼다는 것은 엄청난 작업이다.
현행제도가 고쳐져야 할 이유는 단순히 원서창구의 극심한 혼란과 그로써 빚어지는 반 교육적인 악영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도정보사회에 대비한 교육제도로 지금의 것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첫째 이유일 것이다.
이제 우리의 교육도 획일주의의 구태를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미래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개성과 창의력 존중에서 찾아질 수밖에 없다.
획일주의에서의 탈출, 개성존중의 교육은 대학의 자율성 회복이며 순위 1번의 과제는 학생 선발권부터 되돌려 받는 일이다.
대입제도 개혁의 방향이 정해졌으면 거기에 맞추어 언제부터 새 제도를 시행한다는 일정을 밝혀야하고 거기에 따른 구체적인 작업을 서둘러야한다.
결론이 난 이상 무엇을 주저하는가. 입시과목 축소가 확정되어있는 87학년도야 어쩔 수 없겠지만 88학년도엔 새 제도가 시행되도록 당국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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