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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급 장성 4명 등 30여 명 주도…군부 분열로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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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쿠데타 주동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터키 정부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 터키 정부 소식통은 “이번 쿠데타는 터키 군부 내 펫훌라흐 귈렌 추종세력이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고 터키 국영 아나돌루통신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에르도안 측 육군사령관 진압 지휘
헌법재판관 등 판검사 3000명 해임

터키 정부군이 쿠데타 진압 후 체포해 구금한 장성급은 제2육군사령관 아뎀 후두티 장군, 제3육군사령관 에르달 오즈튀르크 장군, 말라티아수비대 사령관 아브니 안군 장군, 해군 지중해사령부의 네자트 아틸라 데미르한 장군, 아킨 오즈튀르크 전 공군사령관 등이다. 여기에 무하렘 코제 전 대령을 포함해 30여 명의 대령이 체포됐다.

정부군 소식통은 “체포된 이들은 반(反)에르도안 세력”이라며 “이들은 터키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코제 전 대령이 쿠데타 주동자란 관측이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후두티 장군 등이 주도했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후두티 장군은 터키 국경을 담당하고 있고, 오즈튀르크 장군은 최대 규모의 부대를 지휘한다”며 “이들이 쿠데타를 진두지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오즈튀르크 전 공군사령관 등 공군도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WP는 “쿠데타는 탱크를 앞세워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해협 대교 2곳을 폐쇄하면서 시작됐다. 앙카라엔 F-16 전투기가 떴다. 군 고위급이 관여하지 않고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군부 일부만 가담하면서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다. 과거 군부 쿠데타는 육해공군이 합심해 성공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뒤 자기 사람을 군 요직에 앉혔다. 쿠데타 진압을 지휘한 제1육군사령관 유미트 듄다르 장군이 대표적이다. WP는 “정부가 이슬람주의에 기울 때마다 군부가 쿠데타로 정치에 개입했지만 이번엔 군부 분열로 쿠데타가 성공하기 힘들었다”고 분석했다.

터키 당국은 쿠데타 연루 혐의로 군인 2839명을 체포한 것 외에 알파르슬란 알탄 헌법재판관을 비롯해 3000여 명의 판검사를 해임했다. 이 같은 광범위한 보복 조치는 법조계에 귈렌 동조자가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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