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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파르테논 신전’ … 에도江으로 초당 200㎥ 빗물 퍼내 홍수 막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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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호 10면

일본 도쿄 환상 7호선 지하의 빗물 저장시설. 지름 12.5m, 길이 4.5㎞인 터널에 54만㎥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다. [사진 도쿄도]

일본 도쿄는 태풍이 잦고 충적토의 평지가 펼쳐져 있어 기후나 지질학적인 면에서 홍수에 취약하다. 연평균 강수량이 1530㎜, 시간당 100㎜의 국지성 호우가 퍼붓는 경우도 흔하다. 이 때문에 20여 년 전부터 대규모 토목사업을 시작해 도시 홍수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설이 도쿄 북쪽 사이타마현 가스카베(春日部)시 지하 22m에 설치된 거대한 물탱크다. 2009년 완공된 이 시설은 길이 177m, 폭 78m, 높이 25m에 이른다. 면적이 축구장 2개에 해당하는 이 물탱크 천장은 59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기둥 하나의 무게만 500t에 이른다. 즐비하게 늘어선 거대한 기둥들 때문에 ‘지하의 파르테논 신전’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 시설은 폭우로 나카가와(中川) 등 인근 중소 하천이 범람 위기에 처하면 6.3㎞에 이르는 터널을 통해 이들 하천의 물을 끌어와 에도강(江)으로 배출한다. 펌프를 이용해 초당 200㎥의 속도로 물을 에도강으로 빼낸다. 2004년 10월에 태풍이 왔을 때 이 시설은 모두 672만㎥의 물을 에도강으로 빠르게 배출해 가스카베시 등지의 침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서울 목동 지하 빗물 터널이 참고한 것이 도쿄 간다가와(神田川)-환상(環狀) 7호선 지하 조절지(調節池·홍수 때 강물을 저장하는 시설)다. 간다가와 유역의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2005년 설치된 이 시설은 도쿄 시내 순환도로인 환상 7호선 아래에 있다. 길이 4.5㎞, 지름 12.5m의 터널 모양이다. 이 터널에는 54만㎥(수영장 270개)의 물을 임시로 저장할 수 있다. 간다가와가 범람할 상황이면 세 곳의 취수구를 통해 물을 끌어들인다. 임시로 채운 물은 폭우가 지나간 다음 펌프로 퍼올려 하천에 재방류한다. 1945년에는 간다가와 유역의 절반 정도가 논밭이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지표의 96% 이상이 콘크리트로 덮이며 폭우가 하천 범람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 시설을 추진하게 됐다. 공사비는 모두 1015억 엔(약 1조1738억원)이 들어갔다. 연간 4~5회 물을 채우는데, 한 번 가동할 때마다 150억 엔 정도의 홍수 피해를 줄인다. 도쿄시는 이미 오래전에 투자비를 회수했다고 한다.


도쿄시는 2014년 말까지 하천 25개소에 대해 총 200만㎥ 규모의 홍수 조절지와 12㎞의 분수로(分水路·강물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시설)를 완공했다. 또 시라코가와(白子川) 등 5개 하천에 5곳의 조절지를 설치 중이다. 2025년까지는 이들 5곳을 포함해 모두 13개의 홍수 방지 시설을 확충해 조절지 저수량을 지금의 1.7배로 늘릴 계획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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