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압박 고조속 아군 초소에 총격

중앙일보

입력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17일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아군 경계초소(GP)를 향해 기관총을 발사한 것이 '의도적 도발'인지 '우발 사고'인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식적으로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의 현장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군 관계자들은 의도적 도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선 북한군 GP에서 발사한 기관총탄 4발 중 3발이 1천1백m나 떨어진 아군 GP 옹벽에 정확히 맞은 것으로 미뤄 의도성을 갖고 조준사격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북한군이 GP 내 거치대에 놓여 있는 기관총을 일일 점검 차원에서 정비를 하다 오발 사격을 했을 경우 3발이나 아군 GP 옹벽을 맞히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을 하는 군 관계자들은 북한군의 의도성과 관련, "미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해상봉쇄를 비롯한 대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 얼마든지 있음을 보여주려는 차원에서 총격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하고 있다.

미국이 대북압박을 강화할 경우 언제든지 한반도에서 총격전을 비롯한 저강도 분쟁에서부터 전쟁까지 모든 형태의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를 갖고 북한이 이번 총격 도발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도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2~3개월 전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DMZ에서 국지적 총격 도발▶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 등 저강도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자체 분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정보당국자들은 김정일(金正日) 체제 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작전계획 5030'을 미국이 수립 중이라는 보도에 극도로 긴장한 북한 지도부가 협박용 카드로 총격 도발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DMZ 총격 사건이 추가적인 군사적 대치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새로운 군사적 행동을 취한다면 고의성 여부에 관계없이 한반도 긴장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될 수도 있으나, 현재로선 북한이 그런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이철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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