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어퍼컷' 결승서 못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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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이 나시오날(우루과이)과의 끈질긴 악연에 몸서리쳤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아인트호벤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3피스컵 B조 예선 2차전에서 나시오날에 1-3으로 역전패, 결승 진출 전망이 흐려졌다.

우루과이의 최고 명문이자 이번 대회 출전 클럽 중 세계 랭킹(28위)이 가장 높은 나시오날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아인트호벤을 제압했다. 나시오날은 1988년 남미와 유럽 최강 클럽이 맞붙는 도요타컵에서 아인트호벤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날 게임은 '홈팀' 아인트호벤과 '원정팀' 나시오날의 경기 같았다. 박지성.이영표가 포진한 아인트호벤은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과 심판의 약간은 우호적인 판정 속에 선취골을 얻으며 기세를 잡았다.

전반 27분 왼쪽 페널티박스를 돌파한 아르옌 로벤이 하셀링크에게 볼을 찔러주자 하셀링크가 절묘한 힐 패스로 연결, 로벤이 왼발 강슛을 터뜨렸다. 관중석은 마치 한국 대표팀이 골을 넣은 듯 환호와 박수로 뒤덮였다.

그러나 아인트호벤은 선취골 1분 뒤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안 마누엘이 오른쪽 골라인까지 치고들어간 뒤 올린 크로스를 디에고 스코티가 강한 오른발 슛으로 네트를 흔들었다.

전반 39분, 사단이 벌어졌다. 나시오날의 페랄티 사라초가 놀라운 스피드로 오른쪽을 돌파, 수비 한명을 제치고 골키퍼와 맞섰다. 다급한 골키퍼 바퇴레스가 사라초를 잡아채는 바람에 골키퍼는 퇴장, 나시오날은 페널티킥을 얻었다. 나시오날의 '골넣는 골키퍼' 구스타보 무누아가 골문 오른쪽 귀퉁이로 정확하게 킥을 성공시켰다.

나시오날은 후반 48분 인저리타임에 세바스티안 에구렌이 아크서클 정면을 파고들면서 강하게 때린 볼이 수비수 몸에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었다. 나시오날의 멋진 마무리골이었다.

아인트호벤은 후반 종반들어 필사의 반격을 펼쳤지만 로벤의 결정적인 두개의 중거리슛을 무누아가 쳐내는 바람에 끝내 동점골을 얻지 못했다.

한편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860 뮌헨과 LA 갤럭시의 경기는 뮌헨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주도했으나 갤럭시의 하트만 골키퍼와 스위퍼 홍명보의 선방을 끝내 뚫지 못하고 0-0으로 비겼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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