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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힘 보여준 포켓몬 고 흥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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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증강현실(AR) 기반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GO)’가 글로벌 신드롬이 되고 있다. AR 기술이 닌텐도의 인기 지적재산권(Intelletual Property·IP)인 포켓몬스터(이하 포켓몬)와 결합한 효과다. 특히 포켓몬 IP는 출시 후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일주일 만에 16조7000억원의 경제적 가치(닌텐도 시가총액 증가분)를 만들어 냈다.

고정 팬 확보한 덕에 폭발적 인기
미국, 세계 캐릭터 시장 62% 차지
새로운 플랫폼서 활용 시도 활발
뽀로로·타요…한국도 영역 확대

게임·영화·만화 같은 콘텐트 산업에서 포켓몬 같은 인기 IP는 ‘흥행 보증수표’로 불린다. 1996년 비디오 게임으로 먼저 출시된 포켓몬은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TV애니메이션·영화로 제작됐고 관련 상품도 쏟아져 나왔다. 20년간 꾸준히 팬이 확보돼 있어 타깃 소비자 층이 폭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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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모바일 대응이 늦었던 닌텐도가 그간 여유를 부렸던 이유도 보유한 IP 자산 덕이라는 분석이 많다. 닌텐도엔 30년이 넘은 장수 IP ‘마리오’ 시리즈와 ‘젤다의 전설’, ‘동키콩’ 같은 인기 캐릭터들이 즐비하다. 포켓몬 외에는 아직 한번도 모바일 게임에 활용되지 않았다.

일본엔 닌텐도 외에도 도라에몽(69년)·짱구는 못말려(90년)·명탐정코난(94년) 등 만화에서 출발해 게임·장편애니메이션을 통해 글로벌 캐릭터가 된 경우가 많다. 캐릭터 전문기업 산리오가 개발한 헬로키티도 75년 이래 꾸준히 전세계에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이런 확장성 때문에 인기IP는 게임·영화 같은 디지털 콘텐트 뿐만 아니라 장난감 같은 완구류, 의류·침구류 등 각종 생활용품, 더 나아가 디즈니랜드·레고랜드 같은 테마파크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콘텐트 산업에서 캐릭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계 캐릭터·라이센싱 시장의 62.4%(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를 차지하는 미국은 캐릭터를 활용한 IP 비즈니스가 발달했다. 특히 최근엔 영화·게임·유튜브 등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서도 인기 IP를 활용해 글로벌 흥행작을 만들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지난 8일 서울을 찾은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조 루소 감독은 “글로벌 콘텐트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편적인 스토리텔링과 강렬한 캐릭터”라며 “그래서 IP와 콘텐트,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연출한 캡틴 아메리카 세번째 시리즈인 ‘시빌워’는 미국 만화책 출판사인 마블 코믹스의 원작 IP를 활용했다. 이 영화는 지난 5월 한달에만 전세계에서 10억5400만달러(1조2500억원)을 벌어 들였다. 영웅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와 세계관이 담긴 마블의 원작들은 강력한 IP 비즈니스 자원으로 꼽힌다. 마블은 지난 2009년 월트디즈니컴퍼니가 40억 달러에 인수했다.

한국도 게임 업계를 중심으로 IP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16년 된 인기 게임 리니지를 개발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IP로 후속 게임은 물론 뮤지컬·피규어 상품을 만들고 있다. 넥슨의 인기게임 메이플스토리와 카트라이더도 IP로 경쟁력이 높다. 해외 시장에 나가는 넷마블은 마블·디즈니 같은 글로벌IP를 활용한 게임으로 재미를 봤다.

게임 이외에 경쟁력 있는 국내 캐릭터는 뽀로로·타요 같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카카오톡(카카오프렌즈)·라인(라인프렌즈) 정도다. 뽀로로와 타요는 유튜브 채널을 타고 해외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다. 지난해 유튜브에서 타요 영어버전 시청자 비율은 전체 시청자의 85%가 넘었다. 아이코닉스 정동수 이사는 “미국 어린이들에겐 1969년에 나온 세서미 스트리트보다 유튜브에서 일찍 접한 타요·뽀로로가 더 인기”라고 말했다. 라인프렌즈 역시 글로벌 사용자 2억2000만명에 달하는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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