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지적장애인 노동 착취한 60대 부부…무임금에 쪽방서 숙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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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지적 장애인에게 12년간 돈 한푼 주지 않고 축사 일을 시킨 60대 부부가 경찰에 적발됐다.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14일 지적 장애가 있는 고모(48)씨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12년간 축사 일을 시킨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김모(68)씨 부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청주시 오창읍 성재리에서 젖소를 기르는 김씨 부부는 2004년 중순 직업소개소를 통해 고씨를 소개받은 뒤 축사로 데려와 일을 시켰다. 고씨는 그동안 축사에 딸린 6.6㎡ 크기 쪽방에서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사료를 주거나 청소 등 일을 도왔지만 돈을 받지 못했다.

착취는 경찰의 탐문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고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쯤 축사와 200m 가량 떨어진 한 공장 건물로 비를 피했다가 경비업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고씨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경찰은 김씨 부부에게 그를 인계했다. 하지만 경찰은 고씨의 말과 행동이 어눌하고 수상한 점이 많다고 판단, 마을주민 탐문 수사를 통해 김씨 부부의 무임금 노역 정황을 포착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을 시키고 돈을 준 적이 없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김씨 부부를 상대로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조사 결과 고씨는 정신지체 2급 장애로 원래 집은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으로 확인됐다. 고씨는 경찰이 수사팀을 보내자 11일 오전 농장을 탈출했다 사흘 뒤 농장에서 100m 떨어진 고물상에서 발견됐다. 몸에 특별한 외상은 없는 상태로 현재 경찰이 보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는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노동과 임금 등 개념을 알지 못한다”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데다 대인기피증이 있어 1~2일 정도 안정을 취한 뒤 사회복지사 입회 하에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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