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파란 남조선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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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대화와 교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겨레의 최대 관심사중의 하나였다.
특히 올해는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의 교류등 극적인 고비가 있어 대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케했다.
그러나 아직은 대화의 진전이 부진하고 교류의 계속도 보장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 정체상태가 가까운 장래에 타개되리라는 전망도 현재로는 그렇게 밝지도 못하다.
여기에는 대화부국의 책임도 크지만 언론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음을 우리는 통감한다.
더우기 최근 우리가 접한 북한언론의 제10차 남북적서울회담 보도기사를 읽고는 아연실색을 긍할 수 없다.
그들은『남조선 인민들이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를 진심으로 흠모하고 있었다.』고 시작하여 남한인들은 미국사람이 되기 위해 코를 수술해서 크게 하고 머리는 노랗게 물들이며 남자나 여자나 모두 눈알을 새파랗게 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북한의 보도들은 또 명동의『발을 들여 놓을 수 없을 정도의 꽉 차게 몰려나온 사람들은 나가라고 해서 나온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를 만나보고 싶어서 나온 사람들』이라고 아전인수하고 배추 한포기에 4천∼5천원, 신문은 영어 절반, 일본어 절반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특수한 사실의 일반화나 조그마한 사실의 과장보도를 넘어 자기선전과 남한비방을 위한 왜곡날조다.
우리사회에 6·25의 전범자 김일성과 그 아들 김정일을 흠모할자가 어디 있으며 4천∼5천원짜리 배추를 어디서 볼수 있겠는가.
물론 북한의 보도자세를 우리가 모르는바 아니며 그같은 작태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북한의 언론매체는 모두 관과 당에 의해 공영화돼있어 민간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공권력독점의 전체주의 사회에 정확과 공정을 생명으로 하는 자유언론·민주언론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민족문제를 차질없이 풀어나가기 위해 온 겨레가 노심초사하는 이때에 북한의 언론이 이처럼 현실을 왜곡하면 남북대화에 무슨 도용이 된다는 말인가.
우리의 분단은 벌써 40년을 넘겼다. 더구나 남북의 체제는 정반대의 상극적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지금 남북간의 이질화현상은 우리민족의 동질성을 위협할 정도의 위험수준에 이르렀다.
따라서 남북언론의 당면과제는 이런 이질감의 해소와 동질성의 회복에 최우선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질화현상만을 평향보도하다 보면 남북이 나쁜 보도의 경쟁증가율 악순환만 거듭, 더 큰 가치, 즉 민족의 구심력을 상실시켜 원심분리적 경향만 강화되어 민족의 전통과 결속을 저해하게 된다는 것을 남북의 언론이 함께 깨달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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