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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국방부 이견 조율 못하는 NSC…한·미 사드 서명식 당일 연기 망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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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최근 수차례 열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는 배치 발표 시점을 놓고 외교부와 국방부 간에 의견차가 있었다. 사진 왼쪽부터 1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NSC 상임위 멤버인 윤병세 외교부·홍용표 통일부 장관. [사진 조문규 기자], [뉴시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정책 조율 기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소통 부족에 부처 간 엇박자 노출
NSC 안 거치고 대통령에게 직보도

NSC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조태용 NSC 사무처장 등이 멤버인 안보 컨트롤타워다. 하지만 사드 체계 배치 결정 과정에서 발표 시점을 놓고 외교부와 국방부 간 이견이 노출된 것처럼 조율 과정에서 엇박자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한·미 군 당국 간 사드 배치와 관련된 실무협의 약정(TOR) 서명식 연기가 대표적이다.

북한이 1월 핵실험(4차)을 감행하자 한·미는 강력한 대북제재 도출을 위해 중국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지난 2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는 사드 배치를 위한 TOR 서명식을 잡았다. 외교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도출에만 집중하고, 국방부는 사드만 바라보고 정책 결정을 하는 바람에 엇박자가 났다. 결국 서명식 당일 급하게 관계부처 간 조율이 있었고, 청와대까지 관여해 서명식을 시작 30분 전에 연기했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주요 안보 현안과 관련해 NSC에서 관계부처 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NSC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전직 인사는 “NSC 보고 내용이 대통령 재가를 받으면 다른 부처 현안일지라도 보조를 맞추기 쉬운데 갑자기 결정이 달라지면 소관부처가 아닌 경우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며 “부처 간 충분한 조율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소관부처의 입장이 지나치게 반영되다 보니 중요 현안을 NSC 안건으로 올리지 않고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을 거쳐 직접 대통령 재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NSC에서 중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아예 생략한 채 대통령에게 미루는 경향도 있다. 다른 전직 NSC 관계자는 “중요 현안은 수석실을 통해 대통령의 결정을 받아 집행하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현안이 안건으로 올라오기도 한다”며 “잘못 운영하면 NSC는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 ‘사랑방’으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NSC의 정책 조정 기능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은 결국 소통이 부족한 탓”이라며 “NSC는 단기 현안보다는 긴 호흡으로, 부처 이기주의를 넘어 국익 관점에서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차세현·유지혜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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