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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우, 신촌 물총싸움 기획 “삶이 축제의 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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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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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을 쏘고 있는 한길우 ‘무언가’ 대표. “무엇이든 상상만 하면 축제로 만들 수 있다”며 “어렵고 무거운 주제도 축제로 풀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찜통더위가 극에 달했던 지난 9~10일, 물총을 든 사람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서로 인정사정없이 물총을 쏘며 한바탕 물총 싸움을 벌였다. 모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됐지만 물총 싸움은 그칠 줄 몰랐다. 여기저기서 어린아이같이 해맑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느덧 더위는 저만큼 물러나 있었다.

축제 기획사 ‘무언가’ 대표 한길우
대학생 때 플리마켓부터 시작
누구나 참여하는 축제 만들어
저소득층 돕는 생리대 축제 열 것

이 ‘2016 신촌 물총 축제’는 축제 기획사 ‘무언가’ 한길우(43) 대표의 작품이다. 한 대표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물총을 다시 갖고 놀아 보면 어떨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물총 축제를 기획했다”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호응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스케줄은 축제로 빼곡하다. 14~15일 신촌 맥주 축제, 23~24일 한강 물싸움 축제, 28∼31일 빗물 축제, 다음달 12~14일 한강 이불 영화제 등이 숨 가쁘게 이어진다. 모두 ‘무언가’에서 기획한 것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한 대표는 기자에게 “사진 축제나 언론 축제 같은 걸 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한 대표가 축제 기획을 시작한 건 대학생 때다. 전남대 학생 시절 음울한 대학가를 새롭게 바꿔 보고 싶다는 생각에 플리마켓 등 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죽어 있던 공간에 활기가 생겼고 대학가는 축제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즐겁게 웃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한 대표는 축제 기획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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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는 것에 너무 인색한 것 같아요. 어떻게 놀아야 할지도 잘 모르고요. 그런데 노는 장소가 특별한 공간일 필요는 없거든요.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모든 소재를 활용해 축제를 만들 수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도시는 지금보다 훨씬 활력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대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턱이 낮은 축제를 꿈꾼다. “기존 축제는 주최 측이나 전문가 중심인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막상 시민 주도의 축제를 열어 보니 엄청난 잠재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축제로 발산된 긍정적인 에너지가 사회 곳곳에 축적돼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꿈꾸는 축제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생리대 축제’라고 답했다. 최근 저소득층 여학생들의 ‘신발 깔창 생리대’ 뉴스를 보고 자신의 무지가 부끄러웠다는 한 대표는 “일부 사람이 불편하게 여기는 생리대 이슈를 축제를 통해 풀어 가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했다. 이어 “생리대 가격 형성 배경이나 제조법 등을 축제를 통해 알아 가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축제 같은 세상을 꿈꾼다. “앞으로는 현재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축제 세대’도 등장할 거라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축제를 많이 만들고 축제 시장도 키워서 축제로 먹고사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더 유쾌하고 즐거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글=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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