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삶 그려 잔잔한 감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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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나라 TV만큼 많은 드라마를 방영하는 곳도 드물다. 현재 재방영과 외화미니시리즈를 제외하고도 KBS제1TV가 1주일에 6편의 드라마를 11회, 제2TV가 8편을 16회, MBC-TV가 9편을 16회에 걸쳐 방영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두 TV가1주일에 43회에 걸쳐 내보내는 23편의 드라머를보면서 몇번씩 그 속의주인공이 되어본다. 따라서 드라머의 내용이나 주제가 미치는 영향은 자못 클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의 TV드라머는 사건은 있지만 인생이 없고, 현실은 있지만 생활이 없고, 소재는있지만 주제가 없이 단회성의 흥미만 좇는 통속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인생과 생활과 주제가 있는 몇몇 드라머가 높은 시청률을 보이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런 드라머로는『전원일기』『갯마을』 (MBC)과『해돋는 언덕』(KBS1)이 꼽힌다.
10일로 방영 2백50회를 맞은 『전원일기』는 최근 일부 농촌에까지 번지고 있는 향락유홍업소의 실태를 드라머로서의 극적인 재미를 주면서 날카롭게 고발했다.
KBS가 15일 새일요아침드라머로 선보인 『해돋는 언덕』되 가풍을 존중하는 토박이 가정에 들어으는 며느리감의 이야기로 흐뭇한 느낌을 주어 출발이 좋았다.
비슷한 시간대에 방영되는 『갯마을』도 소재와 재작여건이 그리 쉽지 않은 어촌드라머인데도 15일 31회째에 이르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방송사는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잔잔하게 그려나가는 이러한 드라머들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따라서 TV는 신변잡기식의 경박한 일일극을 더이상 고집하지말고, 생활에 밀착된 시추에이션드라머로 전환해봄이 어떨까 한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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