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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대신 스포츠 도박사이트 드리블했다 구속된 전 프로축구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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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무대에서 유망주로 평가받던 A씨(31)는 2013년 부상으로 프로생활을 은퇴한 후 사설 스포츠도박과 유흥에 빠졌다. 횟수는 점점 늘었고 특별한 직업을 갖지 않았던 A씨는 선수생활로 모은 수 억원의 돈을 모두 써버리기에 이른다.

‘대박을 터트려 탕진한 돈을 만회해야 겠다’고 생각한 그는 판돈을 마련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전·현 축구선수와 대학 선후배에게 연락했다. 주로 만남은 서울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서 이뤄졌고 이때마다 A씨는 고급외제차량을 타고 나타났다. 차량에는 1억5000만원 상당의 포르쉐도 포함돼 있었다. 술자리 참석인원 보다도 많은 접대부를 동석시키기도 했는데 이 모두 자신을 성공한 사업가로 믿게 하기 위한 미끼였다.

A씨는 ‘운동이 전부가 아니다’ ‘몸 망가지면 끝이다’ ‘운동하면서 돈을 얼마나 모았냐. 돈이 최고다’며 꾀어 2014년 6월부터 2년 가량 B씨(33) 등 전·현 프로축구선수 등 7명으로부터 9억여원을 편취했다. 하지만, 또 다시 불법 스포츠 도박·유흥 등으로 모두 탕진했다고 한다.

B씨가 제2금융권 대출 등을 통해 마련한 3억5000여만원을 전달하고 C씨(30)가 결혼자금 4000만원을 넘긴 뒤다.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요구에 A씨는 오히려 “운동선수기 때문에 신고 못 하지 않느냐, 투자한 돈이라도 받고 싶으면 다른 투자자를 데리고 와라”며 큰소리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급기야 자신이 직접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C씨 등 여러 명에게 접근해 매월 투자금의 10%를 수익금으로 지급하고 3개월 후에는 원금을 돌려겠다고 속여 2억원을 빌렸다. 단골 유흥업소를 다니면서 알게 된 종업원 D씨(45) 등 3명을 스포츠도박 사이트 자금 관리·충전 및 환전 등으로 역할을 분담시킨 후 운영을 시작했다. 경찰의 수사에 대비해 대포폰·대포통장도 확보했다. A씨 등은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을 전전하며 운영했지만 운영미숙 등 이유로 오히려 손실을 봤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A씨를 도박·도박장개장·사기 등 혐의로, D씨 등 2명을 도박장 개장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통장을 빌려준 E씨(31) 등 4명을 전자금융법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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