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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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마르코스」와 「코라손」의 대결은 가히 세기적인 게임이 되었다.
천하의 권력자와 한 아녀자의 싸움은 승부가 뻔할 것 같은데 상황은 하룻밤 사이에 바뀌었다.
「코라손」은 야당의 주축세력인「라우렐」과 극적으로 손을 잡고 동일티킷이 되었다.「마르코스」는 이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물론「마르코스」자신은 악관하고있다.
「코라손」의 득표 가능성을 묻는 말 (미 타임지) 에 이렇게 대꾸했다.
『20%다. 한가지 걱정은 내 득표률이 너무 높아 서방신문들이 사기(cheating)라고 떠들일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미국 사람보다 생각하는 것이 스마트하다.
사람들은「그 여자(「코라손」)가 뭘 한다는 거냐라고」라고들 한다.』
영어에 닌컴푸프 (nincompoop) 라는 말이 있다.
『제 정신이 아니다』,『심신상실』이라는 비어로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바보, 멍청이, 얼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마르코스는」「코라손」을 빗대놓고 닌컴푸프라고 했다.
「요즘 에이시언 윌 스트리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코라손」이 얼마나 「바보, 멍청이」인가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알것 같다.「코라손」은 주위에서 대통령에 출마하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 이런 조건을 내세웠다.
필리핀 시민 1백만명이 자신의 출마를 서명으로 찬성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조건은 단숨에 충족되었다.
대중의 인기도를 짐작할수 있다.
문제는 그가 대통령을 해낼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코라손」의 신변참모로는 암살당한 부군 「아키노」의 형「페핑」(전의원), 사촌 「탄주아코」(야당의원), 시숙「폴·아키노」가 있다.
그는 경제, 국방등 주요국사를 자문해줄 50명의 전문가를모아 들일 구상도 하고 있다.
선거자금으로는 야당인사들중 부자의 정치 헌금에 의해 1천4백만달러 (1백30억원)를 동 원할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가문의 배경도 든든하다.
그의 친정은 필리핀에서도 소문난 설탕재벌이다.
재력을 감당할능력은 충분하다.
지금까지 알려진「코라손」의 공약은 5가지. 정치범의 석방, 국가충성과 무장 해제를 조건으로 한 공산게릴라의 사면, 개헌, 정년을 넘은 노령 장군의 퇴역, 클라크 미공군기지의 재협상.
벌써 선거유세를 시작한「코라손」은 당선되면 「마르코tm」대통령을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공언했다.
「마르코스」에 관한한 증오심만은 억제할 수 없는 모양이다.
문제는 경제다.
정치불안 속에 벌써 10년 가까이 침체에 빠져 있는 경제가 보통 문제 아니다.
기업가들의 재산 해외도피, 후진국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민소득 (1인당 7백60달러)등에 「코라손」은 무슨 대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코라손」은 기표와 개표를 함께 지켜야 할 눈 앞의 문제를짊어지고 있다.
개표에서 지면 단일후보도, 인기도, 정견도 아무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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