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견결하게 반대”…공들였던 한·중관계 분수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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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밴덜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이 8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발표했다. 한·미 실무단은 “가장 큰 관심사인 배치 지역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며 양국이 최종 조율을 거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김춘식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확정 발표로 동북아의 외교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로 박근혜 대통령의 ‘천안문(天安門) 성루 외교’(지난해 9월)로 상징되는 한·중 관계도 분수령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드를 둘러싼 갈등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중 간 ‘파워 게임’의 사례라고 분석했다.

흔들리는 동북아 외교지형
북핵 맞서 한·미 동맹 강화할 필요
박 대통령, 6월 ‘무수단’ 성공뒤 결단
중국, 미국의 MD체제 구축 의심
“한·미·일 vs 북·중·러 회귀 막아야”

정부 핵심 당국자는 8일 “사드 배치 결정은 철저히 우리 스케줄에 따른 것이다.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순전히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란 측면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당국자는 “이제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에 대한 각오를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당장 중국 외교부는 "견결(堅決·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주중 한국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러시아도 사드 비난 성명과 미사일 부대 배치 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북한이 무수단미사일(화성-10)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사드 배치를 조기에 결정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익과 안보를 위해 우리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인 만큼 한·미 동맹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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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를 계기로 미·중 간 패권 다툼이 가열돼 한국 입지가 더욱 곤란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양욱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주한 미군이 들여올 사드의 X-밴드 레이더와 일본에 배치된 레이더가 연동하면서 역내에서 미국이 막강한 미사일방어(MD) 능력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은 한·미의 발표 직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아주대 김흥규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미·중 간 전략 경쟁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중국에 사드 배치는 ‘한국이 결국 미국편의 하위 플레이어’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며 "중국이 노골적으로 한국에 등을 돌리지는 않겠지만, 대북 공조에서 어려움이 커지고 다양한 형태의 한·중 갈등이 점차 표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1일 북·중 우호조약 체결 55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국이 고위급 인사를 북한에 파견할지를 주목하고 있다. 성균관대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중국은 사드 배치가 자국의 안보 이익 침해이며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중국의 한반도 3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사드 배치가 ‘역대 최상’이라고 자부해온 한·중 관계의 잠식이나 대북 압박에서의 공조 균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정부가 추진해온 ‘북한 대 5자’ 구도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냉전 구도로 바뀌지 않도록 새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박인휘(국제관계학) 교수는 “애초에 사드 이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한반도 안보 문제인데 미숙한 초기 대응으로 미·중 간 갈등 사안으로 번졌다”며 “정부는 사드가 한·중관계 포기가 아니란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박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참석하는 몽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15~16일)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참석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26일) 등 고위급 접촉이 가능한 외교적 기회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신용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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