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처리 시한놓고 여야「결전」채비|더 피하기 어려운 막판「힘겨루기」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여야는 결전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예결위서 총리출석시비에 따른 시한부 농성, 운영위의 개헌특위구성결의안을 둘러싼 찬반토론으로 국지전을 벌여오던 여야가 이제는 더이상 피하기 어려운 외나무다리위에서 부딪치게된 꼴이다.
지금까지는 야당의 요구사항이 뭔지, 뭣때문에 국회가 공전하는지도 모호한 상태로여야가 힘겨루기를 해왔다면 이제는 쟁점과 의도도 차츰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야당은 요컨대 개헌특위안에 대해 여당이 성의를 보이라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경우 예산안 처리를 걸고 넘어지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개헌특위는 받아줄수 없으며, 예산안은 단독처리라도 한다는 생각이다.지금까지의 과정에서여당으로부터 뭔가 시사적 응답을 받아보려고했던 신민당지도부의 시도는 성과없이끝났고 이제는 투쟁실적의 과시라는 행동의 단계만 앞두고 있는것 같은데 신민당은이를제한적 농성으로 잡고있는것이 역력하다.
사실 신민당의 예결위의 추궁은 시원치 못했고 그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겨냥해왔던 운영위의 개헌특위안 찬반토론도 오히려 여당의 조직적반격에 휘둘린 꼴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신민당으로서는 이제는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개헌특위구성과 예산안을 직접 연계시킴으로써 작전을 단순화시키지 않을수없게 된것같다.
여당도 별 뾰족한 작전이있였던것은 아니었지만 야측의 졸공덕분에 그럭저럭 버티어 오기는했다. 예산안과 정치의 분리라는 전술도, 정치의안은 최대한 늦춘다는 작전도 일단 외견상으로는 들어맞은 격이 됐다.
특히 민정당으로서는 최대의 접전장으로 여겼던 운영위가 적어도 여당의 승전으로 끝났다고 판단함에 따라 야당의 최후공격을 저지할 논리적 명분이 갖춰졌다고 판단하는 것같다.
민정당측은 이 여세를 몰아 예산안의 단독처리 구실을 찾으려는 것같다.
이처럼 막다른 대결을 최소한 한번은 겪어야 한다는것을 여야는 피차 각오하고있는 눈치다. 다만 겪긴 겪되 가급적 짧은 기간에 완화된 양상으로 겪고 유리한 명분으로 겪자는 정치과정이 진행되는 셈이다.
○…민정당으로서는 야당의 마지막 공세를 지공작전으로 막을 작정인것 같다.
신민당이 개헌특위 구성을 요구하면서 마지막 수단으로 농성·단상점거등으로 나올 경우에대비해 예산안단독처리의 대책을 한쪽으로 세우면서도 야당이 드러누울자리를 만들어주지않겠다는생각.
27일 운영의의 개헌특위찬반토론때도 민정당측은 야당측의 농성전술에 대비해회의를 최대한 늦춰 발언기회를 줄일듯이 양동작전을 편 결과 신민당측은 여당이 발언봉쇄로 나올까봐 스스로자제하도록 함으로써 회의가 무사히진행됐다고 판단하고있다.
따라서 원래 29일로 예정했던 예결위 전체회의도 최대한 늦춰 본회의직전에 전격처리함으로써 신민당에 공격의 찬스를 주지않을 작정인듯 하다.
민정당측은 이미 국민당의협조룰 얻어 예산안계수 조정소위대신「계수조정간담회」라는 변법적인 소위를 구성해계수조정을 사실상 단독으로 진행 시켜왔다.
민정당측은 신민당이 29일계수조정소위에 참여하면 신민당측의 의견을 가급적 많이 반영해줄 작전이지만 그러나 예결위가 신민당 작전에 놀아나 계속 밀리게 할수는 없다는 생각.
이날 열린 당직자회의에서는 30일 상오10시로 예정된 본회의전에 해치우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예정됐던 기간안에 야간회의를 감행해서라도 끝내버릴 심사.
김종호예결위원장은『기다려서 야당이 들어올 확률이있으면 하루쯤 더 기다려보겠다』고여유를 보이고있다.
그러나재무위의 조세감면규제법 개정안처리가 문제로남아있다. 예결위는 늦출수있으나 세법의 경우는 재무위를 통과하더라도 법사위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좀더 일찍 처리하지않을수가 없느것이다.
민정당으로서는 운영위가 속개돼 개헌찬반토론이 계속되면 시선이 그쪽으로 몰리는기회를틈타 재무위에서조감법을 통과시킬 생각인것 같다.
그러나 만약 신민당측이 예결위와 운영위에서의 실점을 재무위에서 찾으려고 할 때는 기회를엿보아 변칙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속셈.
따라서 민정당측으로서는 야당을 자극하지 않는 타이밍을 고르느라 부심하고있다.
민정당측의 이 같은 지연전술이 야당측의 공세를 얼마나 둔화시킬지는 알수없으나 만약 급전이 불가피하게 벌어질 경우에 대비해 민정당측은 비리부터 야당의 퇴로도 생각해 여러가지 여건을고려하고 있는 눈치.
민정당측은『아무것도 줄게없다』는 판단에서 대표회담등 고위정치회담에 열의를보이고 있지 않지만 전체적인정세는 충분히 고려한다는 신축성 정도는 보이고있다.
○…신민당은 28일 특위보장을 정식요구하고 29일 확대간부회의에선 접전가능한전 전선에서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아래 운영위·예결위·재무위등을 정상가동시키기로 함으로써 정공법으로 나오고있다.
정기국회 최대목표를「개헌특위구성」에다 설정해놓은 신민당으로선 이문제와 예산안심의를포함한 국회활동전반을 고리에 걸게됨으로써 대여투정에 최후통첩을 띄운셈이됐다.
이번결정은 곧 농성등 실력대결로 연결되는 최후수단을 전제로 한것이다.
이날 총재단회의에서 29일상오 확대간부회의·원내대책회의·의원총회에 이오 하오중앙상무회의를 잇달아 소집해 놓은것도 이에 대한 준비태세로 신민당은 그야말로 폭풍전야를 방불케하는 분위기.
이 같은 상황은 오래전부터 예상돼왔던 것이기도 하지만 △찬반토론에서의 패배감 △두김씨에 대한 민정당측의 공격이 촉진제가 됐다는 분석도있다.
사실 그동안 예결위와 운영위에서 두차례 농성직전까지 갔던 신민당으로선 예산심의의 막바지에 가까와짐으로써 시기적으로도 최후의 카드를 사용할 시점이 무르익은셈.
목표가 특위구성이긴 하지만 이는 민정당측이 들어준다는 전제가 선행조건이므로 현상태에서 어찌보면 목표달성을 위한「최대한 투쟁」자체가 진짜목표.
신민당관계자들은『개헌을위해 열심히 싸웠다는 모습만 당내외에 보여주면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따라서「농성」은 예정된코스로 볼수있으며 문제는 그시기다.
현재로서는 민정당이 예산안 단독통과를 하는 시점을농성계기로 삼을것이라는게 일반적인예상.
28일하오까지도 두김씨에대해 비난한 대목의 사과와 운영위원3명의 교체를 놓고티격태격하딘 신민당이 이를놔둔채 막바로「개헌특위구성안」을 카드로 들고나온것도 이러한 일정과 관련, 더 이상 지엽적인 문제로 초점을 흐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섰기때문이다. <김영배·허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