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꺼린다지만 근무 만족도는 4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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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스타트업은 임금이 적은데다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강하고, 여전히 창업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걱정부터 한다.” -이윤희(25·대학생)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설문
분위기·업무 긍정적 평가 높은데
대기업·공공기관보다 선호도 낮아

“현재의 안정성보다 20년 후를 봐야 한다. 주변의 잣대에 갇히면 ‘고래’밖에 되지 못한다. 고래를 움직이게 하는 조련사가 되려면 남과 비교하지 말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5일 오전 서울 관철동의 강연콘텐트 기업 ‘마이크임팩트’ 강연장.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와 직원들이 청년 40여명에게 스타트업의 근무환경과 기업문화를 전해주는 ‘톡투 스타트업’ 간담회가 열렸다. 스타트업 재직자들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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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

이현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서비스) 대외협력실장은 “포털 다음에서 일하다 카카오와 합병 후 개인적으로 성장이 정체된 것 같아 스타트업행(行)을 결심했다”며 “직접 기획하고 실현할 수 있는 업무방식에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서 이직한 정현호 드라마앤컴퍼니(명함정리 앱 리멤버 개발) 서비스기획팀 이사는 “스타트업은 업무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 힘들지만 주도적으로 일을 해결하면서 매 순간 내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기업문화 역시 장점으로 꼽혔다. 최아름 닷(점자 스마트워치 개발) 대외협력팀장은 “20·30대의 창업자, 직원들과 50·60대 고문들이 수평적으로 일한다”며 “목표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묻고 답하며 조직을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송선연(23)씨는 “대형 보험회사를 다니다 직원 개인의 성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 때문에 그만뒀다”며 “새로운 도전이 두려웠는데 ‘스타트업에서는 실패가 받아들여진다’는 말에 용기를 얻어 소셜 벤처(혁신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 창업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간담회 전 ‘스타트업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 3~4학년생 1063명, 스타트업 종사자 302명, 대기업·공공기관 종사자 300명을 모바일·온라인에서 조사했다.

대학생들이 졸업 후 일하고 싶은 직장은 정부·공공기관(29.9%), 대기업(24.6%), 외국계 기업(13.8%) 순이었다. 스타트업 선호도는 5.9%로 가장 낮았다.

반면 스타트업 재직자들의 근무 만족도는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이 46.4%로 대기업·공공기관(40%)보다 높게 나타났다. 스타트업 재직자들은 가장 만족스러운 근무 환경으로 사내 분위기(32.1%), 업무(24.2%), 동료(17.5%)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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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주요 이미지로는 젊고 창의적인 기업문화(24.3%)·높은 성장 가능성(17.3%) 등 긍정적 이미지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조사 결과에 대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같은 스타트업 영웅이 많이 나오면 청년들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은 “청년들의 스타트업 취업·창업을 실제로 이끌어 낼 수 있게 ‘스타트업 인재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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