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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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능력 있는 경영자의 조건으로 우선 가정경영 솜씨를 드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가을학기부터 「가족학」강좌를 신설, 미내의 경영자를 꿈꾸는 수강생에게 가족과 가정에 관심을 갖도록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한 사회심리학 교수는 경영자들이 기업에서의 일과 가정생활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
직장에서의 경영이론에만 치우치다 보니 가정경영에는 소홀한 것이 경영학의 현실이라는 자탄도 나오고 있다.
첨단적인 경영학리논을 가지고 기업경영의 귀재들을 양산해 왔다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가정경영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게 우선 놀랍다.
그러나 동양에서 벌써 오래전부터 가족과 가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었다.
한집안 사람인 가족은 가권 또는가속과 마찬가지로 한집을 구성하는 사람 전부를 말한다.
그 집을 다스리는 일이 바로 가정이다. 가계, 가생에 해당하지만 더중요한 것은 가풍의 발휘다.
가풍은 그 집에서 대대로 전해내려 오는 풍상, 곧 가속이다.
가풍은 바로 한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법식인「가법」이나「가도」를 뜻한다. 『정전』에는 『부자형제부부각득기도칙가도정의』 (부자, 형제, 부부가 각각 그 도을 지키면 가도는 바른것이다) 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가정의 중요성을 설명한것으로 『대학』 보다 더한 것이 없다.
이른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말도 거기에 나온다.
『마음이 바른 후에야 몸이 닦아지고, 몸이 닦아진 후에야 집안이 바로잡히니, 집안이 바로잡힌 후에야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진 후에야 천하가 화평해진다』
(심정이후 신수, 신수이후 가제, 가제이후 국치, 국치이후 평천하)는게 그것이다.
거기엔『위로 천자에서 아래로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오직 제몸닦는 일이 근본이다』 (자천자이지어서인, 일시개이수신위본)란 말도있다.
『군주가 집안을 다스림을 인으로 하면 백성들도 모두 인의 도에 따라 일어난다』 (일가인 일국흥인)는 바로 가정의 중요성을 설명하고도 남는다.
오늘날 기업을 경영하고 나라를 경영하는 이들중엔 때때로 가정을 돌보지 않고 또는 수신을 잊는 경우가 많다.
『제 집의 교육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남을 가르칠 수는 없다. 그런 사람은 있을수 없다』 (기가부가교 이능교인자무지)는 『대학』의 일귀는 지금도 씹고 또 씹을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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