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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1% 무시 마라, 계약 때마다 치솟는 중계권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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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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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연맹(KBL)은 최근 MBC 스포츠플러스와 2021년까지 5시즌 동안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KBL은 중계권 액수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5시즌간 연 30억원 이상, 총 150억원을 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 IPTV·VOD 서비스와 경쟁
라이브로 즐기는 스포츠에 베팅
프로야구 중계권 연평균 360억원
이전보다 2배로 오른 초대형 계약
올 평균 47억원 KLPGA 투어
내년 100억 돌파 가능성 제기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해 12월 KBS N과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2016~17시즌부터 5년간 총 200억원, 시즌 평균 40억원 수준이었다. 프로배구 원년인 2005년 지상파 3사와 각각 1억원(총 3억원)에 계약했을 때와 비교하면 13배 이상 중계권료가 뛰었다.

국내 프로스포츠 콘텐트의 가치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는 지난해 지상파 3사 및 SPOTV, SKY스포츠 등과 5년간 총 1800억원의 중계권료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전에 비해 중계권료가 딱 두 배로 오른 연 평균 360억원의 초대형 계약이었다.

국내 여자프로골프도 중계권료가 급등 추세다. 지난달 열린 메이저 대회 KIA 한국여자오픈의 중계권료는 6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SBS가 지난해(1억원)보다 6배나 오른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사들인 것이다. 상명대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유상건 교수는 “대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1개 대회(한국여자오픈)의 중계권료가 6억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33경기로 구성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중계권의 가치는 100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KLPGA 중계권료는 2011~13년은 연 10억원, 2014년~16년은 연 47억원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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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포츠 콘텐트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방송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데다 TV시청자들이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VOD), 인터넷TV(IPTV)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시청 패턴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라이브로 펼쳐치는 ‘각본없는 드라마’인 스포츠 콘텐트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방송 중계권료의 가치산정 기준은 시청률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경우 시청률이 최고 15%까지 나왔다. 정규시즌 시청률도 경기당 1%를 넘는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성동규 교수는 “수백 개의 케이블 채널과 모바일, PC 등 각종 뉴미디어로 분산된 중계 시장에서 시청률 1%는 의미 있는 수치다. 이 정도면 광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남자 프로배구의 지난해 평균 시청률은 프로야구와 비슷한 1.10%로 나타났다. 반면 남자 프로농구는 평균 시청률이 0.3% 수준이었다. KBL 이성훈 사무총장은 “농구는 모바일과 PC 등으로 시청하는 젊은 층이 많은 점을 강조해 중계권료 인상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 콘텐트는 미국프로풋볼(NFL)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NFL이 미국 4대 방송사(CBS·FOX·NBC·ESPN)로부터 받는 중계권료는 연평균 49억5000만 달러(5조6900억원)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지난해 2월 “2016~19시즌을 앞두고 51억 3600만 파운드의 중계권료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3개 시즌의 중계권료가 우리 돈으로 7조8372억원, 한 경기로 따지면 무려 155억원이나 된다.

해외 스포츠 콘텐트의 중계권료는 5년 마다 2배로 증가하는 추세다. NFL은 이전 계약에 비해 60% 올랐고, 미국프로농구(NBA)는 이전보다 180% 상승했다.

전세계에 걸쳐 중계권료가 급등하는건 스포츠 콘텐트가 종종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NFL 결승전인 수퍼보울 시청자수는 1억1190만명에 시청률은 무려 49%를 기록했다. 1967년 당시 1회 수퍼보울의 TV 광고단가는 30초당 4만2000달러(약 4800만원)였는데, 올해는 최고 500만 달러(약 57억원)로 집계됐다.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보유한 영국의 스카이스포츠와 BT는 2014년 하반기에만 5억2700만 파운드(약 8041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프로골프의 중계권도 급등 추세다. 미국 FOX 스포츠는 지난해부터 12년간 총 11억 달러(1조2650억원)에 US오픈과 US여자오픈 중계권을 구매했다.

일부에서는 스포츠 콘텐트의 가격이 너무 올라 중계권을 비싸게 사들인 방송사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승자의 저주’가 나올 거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의 오스틴 훌리한(영국)은 “지난 20년간의 추세를 보면 일부 방송사가 도산하더라도 중계권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방송사의 비용을 시청자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준·박린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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