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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야구, 모두 끝내준 남자 오승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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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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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첫 세이브를 올린 오승환(오른쪽)과 포수 야디어 몰리나. [세인트루이스 AP=뉴시스]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는 쉽지 않았다.

밀워키 상대 빅리그서 첫 세이브
“행복이라는 단어 밖에 안 떠올라”
박병호는 마이너 내려가 2안타

3-0으로 앞선 9회 말 카크 뉴엔하이스(29·밀워키)와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은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메이저리그(MLB) 데뷔 40경기 만에 마무리 투수로 첫 세이브를 따내는 순간이었다.

포수 야디어 몰리나(34)가 뛰어나와 악수를 하고는 오승환을 꼭 끌어안았다. 동료 선수들은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약속이라도 한듯 오승환의 엉덩이를 한 대씩 툭툭 쳤다. 한국·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던 오승환이 MLB에서도 ‘끝판왕’으로 세이브를 따낸 걸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오승환은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행복이라는 단어 외에는 지금의 내 감정을 표현할 수가 없다. (MLB 첫 세이브는) 내 야구 인생에서 이뤄낸 중요한 성취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로 전환한 이후 세 번째 등판인 3일 밀워키전에서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아내며 무피안타·무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9년 동안 277세이브, 일본에서 2년 동안 80세이브를 기록했던 그는 개인 358번째 세이브를 MLB에서 올렸다. 한국인 투수가 세이브를 기록한 건 2008년 8월3일 당시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박찬호(43) 이후 8년 만이다. 한·미·일 리그에서 모두 세이브를 올린 한국인 투수는 오승환이 처음이다. 앞서 일본인 투수 다카쓰 신고(48)는 일본 286세이브, MLB 27세이브, 한국 8세이브를 기록한 바 있다.

올 시즌 MLB에 진출한 오승환은 시범경기부터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개막 후 팀이 추격하는 상황에서 나섰다가 구위를 인정받아 팀이 앞선 상황에서 중간 계투로 나섰던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의 트레버 로젠탈(26)이 부진에 빠지자 아예 마무리를 맡게 됐다. 최고 시속 153㎞의 빠른 공, 예리한 변화구 뿐만 아니라 강한 집중력도 MLB 정상급이라고 인정받은 것이다. 오승환의 동료 투수 아담 웨인라이트는 “오승환은 훌륭한 재능을 갖고 있다. 어떤 상황도 두려워하지 않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박병호(30·미네소타)는 2일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시즌 초 초대형 홈런을 펑펑 날렸던 박병호는 5월 중순부터 강속구 공략에 애를 먹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그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 시작했고, 최근 11경기 타율이 0.053까지 떨어졌다. 박병호는 트리플A 팀에 합류하자마자 3일 시라큐스와의 경기에 나서 3타수 2안타·1볼넷·1사구를 기록했다. 테리 라이언 미네소타 단장은 “박병호가 마음을 다잡고 곧바로 트리플A에 합류했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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