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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공수하다’는 비행기로 나르는 것에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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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요즘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일명 ‘직구족’이 크게 늘었다. 반품이 불가능하거나 번거로워도 직구족이 느는 이유는 무엇보다 같은 제품을 국내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쇼핑몰 이용이 더욱 쉬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구족이 늘어나며 온라인에는 ‘공수하다’는 표현이 눈에 자주 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MS)나 블로그 등에는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공수한 TV예요.” “독일 직구를 통해 싼값에 공수해 온 청소기랍니다” 등과 같은 후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공수하다’는 ‘항공기를 이용해 사람이나 우편물, 짐 등을 옮기다’는 뜻이다. 위 예문에서와 같이 해외에서 배송됐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 올바르게 쓰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수하다’가 이러한 의미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냥 ‘가져왔다’고 하기보다 ‘공수해 왔다’고 표현하면 좀 더 특별하고 가치 있는 물건을 힘들게 가지고 왔다는 느낌을 풍기게 돼서인지 비행기를 통해 가져온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수하다’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친정에서 공수한 밑반찬은 역시 최고예요” “소래포구에서 조개구이를 공수해 왔어요” 등과 같은 표현이다. 조금만 먼 곳에서 가져왔다 싶으면 배든 자동차든 상관없이 ‘공수하다’는 표현을 붙이곤 한다. ‘공수하다’의 ‘공수(空輸)’가 ‘항공 수송’을 줄인 말이므로 비행기로 가져온 것이 아니면 쓸 수 없다. 특별하게 표현하고픈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단어를 의미에 맞지 않게 사용해선 안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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