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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못 하는 것과 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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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취업 준비하랴 아르바이트하랴, 연애는 꿈도 못 꿔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는 옛말이다. 꿈과 희망도 포기했다는 칠포세대에 이어 포기한 게 셀 수 없다는 뜻의 N포세대까지 등장했다.

이들에 의하면 “연애를 못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공부하랴, 일하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다. 이때 ‘못’은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을 할 수 없다거나 상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부사다. ‘못 하다’와 같이 뒷말과 띄어 쓴다. 하려고 했는데 어떤 이유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부정 표현이다.

“연애를 못하다”와 같이 붙이면 의미가 달라진다. ‘못하다’는 어떤 일을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게 하거나 그 일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이른다. ‘잘하다’의 반대 의미다. 숫기가 없어서, 또는 이성의 마음을 잘 몰라서 연애를 잘하지 못한다고 할 때 ‘연애를 못하다’처럼 표현한다. 뭔가 부족해 그렇게 된 것을 말한다.

‘못 하다’는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고 ‘못하다’는 훌륭하지 않거나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못 했다”의 경우 인후염으로 목이 아프거나 부를 기회가 없어서 노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래를 부를 수는 있는데 음치여서 잘하지 못했을 때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못했다”고 하면 된다.

“아무리 못해도 10명은 넘을걸”처럼 ‘못해도’ 꼴로 쓰여 최소한의 뜻을 나타낼 때도 붙여야 한다. 보조용언으로 사용할 때도 붙인다. “배가 아파 점심을 못 먹었다”를 ‘-지 못하다’ 구성으로 쓸 때는 붙여야 한다는 말이다. “배가 아파 점심을 먹지 못했다”와 같이 사용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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