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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조개껍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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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불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 저 멀리 달 그림자 시원한 파도소리~.

학창 시절 바닷가에서 삥 둘러앉아 손뼉을 치며 많이 불렀던 노래다(윤형주 작사작곡). 어느덧 내일이면 본격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이다. 휴가지의 밤바다를 생각하면 이 노래가 떠오른다.

좋은 노래임에도 ‘껍질’과 ‘껍데기’를 구분하는 데 적잖은 혼란을 가져온 곡이다. ‘껍질’과 ‘껍데기’는 사전적으로 구분된다. ‘껍질’은 양파·사과 등의 겉을 싸고 있는 부드러운 층(켜)을 가리킨다. ‘껍데기’는 달걀·조개 등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뜻한다. 쉽게 얘기하면 부드러운 것은 ‘껍질’, 단단한 것은 ‘껍데기’다.

그렇다면 ‘조개껍질’은 이 풀이와 맞지 않는다. ‘조개껍데기’가 돼야 한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조개껍질’이 이미 굳어진 말이라 하여 표준국어사전에 표제어로 올렸다. 그리고 그 풀이는 ‘조개껍질=조개껍데기’라고 해서 둘 다 써도 되는 것으로 해놓았다. 그러니까 이 경우에 한해서는 어느 것을 써도 맞는 말이 된다.

혼란스러운 것은 또 있다. ‘돼지껍데기’ 안주에 ‘조껍데기’ 술을 마신다면 한꺼번에 이런 경우가 된다. 돼지껍데기는 쫀득쪽득하지만 딱딱하지는 않으므로 ‘돼지껍질’이 맞는 말이다. ‘조껍데기’ 역시 알맹이를 싸고 있는 겉부분이 그리 딱딱하지 않으므로 ‘조껍질’이 바른 말이다. 이들도 익숙한 말이지만 아직까지 사전에 표제어로 올라 있지는 않다. 그러니까 ‘조개껍질’은 표준어이지만 ‘돼지껍데기’나 ‘조껍데기’는 표준어가 아니다. ‘조개껍질’만 예외라고 생각하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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