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로 시는 지도에서 사라졌다.|콜롬비아 화산폭발 그 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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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르메로=연합】아르메로는 이제 콜롬비아의 지도에서 사라졌다.
인구 2만5천 명의 아르메로 시는 13일 밤의 천재 앞에 삽시간에 「진흙 바다」 속에 사라진 것이다.
헬리콥터에서 내려다 본 아르메로의 참사 현장은 마치 간조 때의 개펄을 연상케 했다.
넓은 도시는 약간 고지대의 건물 약 1백여 채만이 2∼3m나 되는 진흙 속에 모두 파묻혀 지붕만 보일 뿐 나머지 집과 건물들은 화산폭발로 인한 열 때문에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에 쌓여있던 눈과 얼음이 녹아 내리면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흔적도 없이 모두 휩쓸려버렸다.
화산재가 얼마나 심하게 뿜어 나왔는지 아르메로에서 84km나 떨어진 푸에르토 살갈의 공항에서는 활주로에 쌓인 화산재를 제거하기 위해 특별 차량과 비를 든 군인들이 재를 쓸어버리고 있다.
지금 아르메르에 남아있는 것은 절망과 굶주림, 그리고 고통과 통곡뿐이다.
생존자들은 누구를 보아도 한결같이 넋이 나간 듯 초점을 잃은 눈동자에 깊은 슬픔과 체념이 깃들어 있다.
희생은 사람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많은 목장들에서 무수한 소와 말, 그리고 개들도 함께 떼죽음을 당했다.
한편 콜롬비아 정부는 화산폭발로 도시 자체가 완전히 소멸돼 버린 아르메로 시의 시체 회수작업이 더 이상 곤란하다고 판단, 공동묘지로 선포하려다가 당초의 계획을 변경, 구조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베탕쿠르」 대통령의 수석 보좌관이 밝혔다. 이 지역에는 아직까지 2천5백여 명이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톨리마 주지사는 정부가 아르메로 시를 재건할 것이라고 17일 말했었다. 구출된 인원은 약 5천명이며 사망자 수는 2만2천4백 명, 부상자도 2만3천명에 달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편 16일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에서 2차례의 폭발이 발생한 데 이어 18일에도 연기가 계속 오르고 있어 인근 모든 도시의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러져 한때 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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