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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이현고 2주째 급식중단…애꿎은 학생들만 피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점심 급식이 2주째 중단되고 있다. 이 학교 급식 업무 종사자들이 초과근무 수당 인상을 요구했는데 학교 측이 "안된다"고 하면서다.

이천 이현고 급식 종사자들은 올 초 저녁 급식 준비로 하루 8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인원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현행 1.5배에서 2배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학교 측은 ‘근로환경이 주변 학교에 비해 열악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생 수 1026명인 이현고의 경우 급식 종사자 배치기준상 10명이면 되지만 이미 1명을 추가로 더 배치해 조리실을 운영 중이라는 게 학교 측의 주장이다.

급식 종사자들은 지난 3월 초 저녁급식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상당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소속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 측이 단체도시락 주문, 외부 급식업체를 통한 위탁 석식 급식 등으로 맞대응하자 급식 종사자들은 지난 20일부터 중식급식 업무도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시작 3일 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경기도교육청·이현고 등에 부분파업의 일종인 ‘지명파업’을 시작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일선 학교에서의 지명파업은 이례적이다.

컵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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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급식마저 끊기자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2주째 이어진 급식중단에 학생 대부분은 자장면 등 외부식당의 음식을 배달해 먹거나 컵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학교는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도시락을 싸서 등교시켜줄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학부모들은 맞벌이 환경에 갑자기 도시락을 싸는 게 상당한 부담인데다 자녀가 도시락을 들고다니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날씨가 더워지면서 도시락 부패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식 종사자들과 학교 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학부모들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이현고 관계자는 “조리종사자 배치기준보다 1명 더 많은 인원이 근무 중이라 다른 학교와 비교했을 때 근무여건이 나쁘지 않다”며 “학생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의 한 조리원은 “그동안 협상 태도를 보면 학교는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누가 우리 학생들을 굶기고 싶어 하겠냐”고 말했다.

이 학교 이은실 학부모회장은 “우리 아이들은 안전한 급식을 먹을 권리가 있는데 아무도 이 권리가 어떻게 어떤 이유로 합법적이라는 파업을 통해 박탈됐는지 분명히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급식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천=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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