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러프"… 우즈 첫홀 트리플 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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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자락이 휘날릴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었다.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무릎까지 차오르는 러프는 정상급 프로들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했다. 1백56명의 출전선수 가운데 언더파를 친 선수는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타이거 우즈가 1번홀(파4)에서 허리까지 차오르는 러프를 헤치고 리커버리 샷을 하고 있다. 우즈는 이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샌드위치 로이터=뉴시스]

세계 최고(最古)를 자랑하는 제132회 브리티시 오픈 골프대회가 17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장(파71.6천4백67m)에서 개막했다.

정글을 연상시키는 깊은 러프의 대표적 희생자는 공교롭게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였다.

우즈는 1번홀(파4.4백2m)부터 티샷한 공을 페어웨이 우측 러프에 빠뜨렸다. 20여명의 경기진행 요원과 함께 정해진 5분 동안 러프를 뒤졌으나 공은 온데간데 없었다.

화가 난 우즈는 티잉 그라운드로 돌아와 또 다시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다. '로스트 볼' 처리가 돼 1벌타를 먹고 세번째 샷을 했으나 공은 또 다시 페어웨이 우측 러프로 향했다.

리커버리 샷으로 가까스로 공을 끄집어냈지만 이번엔 공이 반대편으로 날아가 텔레비전 케이블에 걸려 간신히 멈춰섰다. 결국 우즈는 5온2퍼트로 첫 홀부터 트리플 보기를 범하는 '최악의 출발'을 해야 했다.

우즈는 이날 트리플 보기 1개에 보기 3개, 버디 4개를 기록하는 들쭉날쭉한 경기를 펼친 끝에 2오버파 73타로 1라운드 경기를 마쳤다. 18일 0시30분 현재 공동 49위다.

유럽 2부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헤니 오토(남아공)가 3언더파 68타로 깜짝 선두에 나선 가운데 '호주의 백상어'그레그 노먼(48)과 베테랑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가 2언더파 69타로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2001년 챔피언인 데이비드 듀발(미국)은 무려 12오버파를 치며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처녀 출전한 허석호(30.이동수패션)는 첫날부터 10위권 이내에 들며 선전했다. 허석호는 까다로운 코스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1언더파 70타(버디 5개, 보기 4개)를 쳐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어니 엘스(남아공)는 8번홀까지 3오버파, 최경주(33.슈페리어)는 14번홀까지 3오버파(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기록 중이다.

한편 대회 개막에 앞서 영국의 베팅 업체인 윌리엄 힐은 우즈의 우승 배당률을 5대 2로 제시했다. 우즈가 우승할 경우 2만원을 걸었을 때 5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우즈의 우승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챔피언 어니 엘스(남아공)는 6대 1, 유럽의 강자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와 마스터스 챔피언 마이크 위어(캐나다)는 18대 1이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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