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아직도 청와대가 공영방송 뉴스 제작에 개입한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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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KBS 보도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5월 보도국장에서 해임된 뒤 “청와대 쪽이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이번에 공개된 통화 녹취록은 김시곤 전 국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시곤 국장에게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거나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는 취지로 주문했다. 이런 압박 때문인지 기사가 다음 뉴스에선 빠지기도 했다. 김 전 국장은 “이 선배, 솔직히 우리만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디 있습니까?”라고 되묻고 있다.

정책을 설명하고 국민과 소통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공보 기능은 활성화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언론사에 주요 사안의 맥락과 배경을 설명하는 건 청와대 홍보수석의 당연한 업무다. 다만 그런 경우에도 정책설명회 횟수를 늘리고 정보의 공개 수준을 높이는 게 정답이다. 언론을 상대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합리적이고 투명한 공보, 홍보 활동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언론 통제나 회유로 이어질 수 있는 물밑 활동은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언급하며 호통치고 애원하는 홍보수석의 모습에선 인사에까지 개입하던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어두운 그림자마저 떠오른다.

‘국경 없는 기자회’ 발표를 보면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는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70위로 전년보다 10계단 더 떨어진 올해 성적은 평가가 시작된 2002년 이후 역대 최하위 기록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우리 언론 상황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언론의 비판을 점점 더 참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양극화된 언론에 개입해 언론 독립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영방송은 정권의 홍보 방송이 아니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야말로 공영방송 본연의 업무다. 차제에 20대 국회는 정권의 방송 장악을 막고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영방송 정상화 입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