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에 뼈 1개"…강원 춘천 고교에서 급식 불만 대자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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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춘천시에 있는 A고교 3학년 학생이 ‘급식 문제점 및 불만 사항’이라는 대자보를 학교 급식소 앞에 붙였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불량 급식 파문에 이어 강원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급식이 부실하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일 강원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6월 10일 춘천시에 있는 A고교 3학년 학생이 ‘급식 문제점 및 불만 사항’이라는 대자보를 학교 급식소 앞에 붙였다. 학생일동 명의로 된 대자보에는 “같은 3300원∼3500원 급식인데 타 학교에 비해 양적·질적으로 차이가 심하다”며 불만 사항이 적혀 있었다.

대자보에는 “5월~6월 불고기 및 제육 7~9회, 갈비찜 3~5회였다”며 메뉴가 다양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었다. ‘급식간 빈부격차’란 문장에는 “6월 2일 카레·떡볶이·요구르트, 6월 3일 밥·미역국·고사리·임연수·포도가 나왔다”며 “생선이 싫다는 게 아닙니다. 생선 알레르기가 있다면 3일 반찬은 고사리밖에 없습니다. 식단을 ‘몰빵’하지 말라 주세요”라고 요구했다.

급식 양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했다. 대자보에는 “6월 9일 갈비 3개·국·열무가 끝이었다”며 “감자탕에는 뼈가 1개밖에 없었고 삼계탕이라는 메뉴에는 닭이 없고 다리만 3개가 고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급식이란 적어도 학생이 먹고 배고프지 말아야 합니다”라며 “급식이 매점 좋아하라고 주는 밥이 아니잖아요. 적어도 학생이 밥을 안 먹으면 그 이유를 생각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 대자보는 게시된 지 하루 만에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됐다. 학교측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학생회 임원 30명과 영양사·교사 등이 모인 가운데 급식 토론회를 열었다. 급식관계자 협의회도 2회 개최했다.

이 학교 학생 B군(17)은 “대자보에 쓰여진 것처럼 다른 학교와 비교할 때 반찬 양이 적고 메뉴가 부실하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학생토론회 이후 상황이 좀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대자보 사건 이후 토론회에서 나온 문제점을 듣고 급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2학기 때 바뀐 급식에 대해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청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민간업체에 급식을 위탁했다 지난해 7월부터 직영으로 학교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급식은 점심과 저녁 두 끼를 제공한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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