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또 고장…승객 선로에 떨어진 사고에도 '늑장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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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서울시는 이 사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 중이다. 오종택 기자

지하철 스크린도어 고장으로 취객이 선로에 갇혀 또다시 사망 사고가 날 뻔한 사실을 서울메트로가 뒤늦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서울시의회 우형찬(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9시 45분쯤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에서 60대 남성 A씨가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문이 닫히는 열차에 무리하게 탑승하려다가 실패했다. A씨가 뛰어들고 1초 만에 스크린도어가 닫히면서 A씨는 그 사이에 끼인 상태가 됐다. 사람을 감지할 경우 문이 닫히지 않도록 설정된 스크린도어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떄문이다. 역무원과 기관사도 A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열차는 약 10초쯤 지난 뒤 A씨를 선로에 남기고 그대로 출발했다. 스크린도어와 지하철 사이 좁은 공간 사이에 남겨진 A씨는 전동차가 일으킨 바람으로 인해 안경이 망가졌지만 큰 부상을 면했다. 갇힌 지 약 2분 만에 A씨는 비상문을 열고 스스로 빠져나왔다.

이 사고는 승강장에 있던 다른 승객이 A씨를 발견하고 역무실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는 다음 날 오전 2시 14분쯤 이뤄졌고 서울시는 29일, 시의회는 30일에 각각 이 사건을 보고받았다. 서울메트로는 어떤 수준의 사고가 나도 메트로 본사ㆍ서울시 교통본부ㆍ시의회 교통위 등에 문자로 보고해야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보고 체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현장에 나간 동대문역 역무원이 경미한 사고로 판단해 상황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사고발생 다음 날인 29일부터 이틀 간 스크린도어 센서 점검을 벌여 동대문역 등 5개 역사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조치를 마쳤다"며 "사건을 고의적으로 은닉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관련 책임자를 문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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