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끈기가 없다|아르헨에 1·2세트 먼저 따고도 역전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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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아르헨티나의 일전은 고오베 유니버시아드 한일전의 악몽을 되살린 한판이었다.
11일 잠실체육관에서 개막된 제2회 FIVB컵 서울국제남자 배구대회에서 한국은 1, 2세트를 먼저 뺏고도 패기와 끈기부족·작전부재로 허무하게 3-2로 역전패, 예선탈락의 위기에 빠졌다.
한편 세계최강 소련과 브라질·불가리아는 일본·캐나다·폴란드를 각각 꺾고 순조롭게 서전을 장식했다.
한국-아르헨티나의 대전은 블로킹과 세터의 싸움에서 판가름이 났다.
첫세트를 쉽게 따낸 한국은 2세트에서 11-3, 13-6의 열세를 양진웅과 교체멤버로 들어간 단신 이채언(1m88㎝)의 맹활약과 아르헨티나의 범실에 편승, 듀스끝에 16-14로 간신히 이겼다.
한국 벤치는 이뒤로 흔들리기 시작, 컴퓨터 세터 김호철과 이채언이 단신인 점을 감안, 한장석 양진웅과 교체하면서 팀웍의 난조를 자초했고 서브리시브가 불안하자 주로 오픈강타로 아르헨티나의 힘에 정면으로 맞서다 자멸했다.
결국 한국배구의 장기인 팀웍을 살려 속공으로 맞서지 못하고 어설프게 힘으로 맞서다 주저앉은 꼴이 됐다.
아르헨티나감독 「알베르토·로이트만」은 『84년 LA올림픽 5∼6위전때 아르헨티나는 한국의 에이스 강만수를 막으려다 다른 곳이 뚫려 3-2로 졌다. 그러나 이번엔 강만수 같은 강타가 없어 경기하기가 쉬었다. 또 세터의 볼배급이 우리의 블로킹을 따돌리지 못해 한국공격을 차단할 수가 있었다』며 세터의 부진과 스파이커 부재를 한국의 패인으로 꼽았다.
한편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소련배구는 78년이후 공식대회에서 단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강자답게 가공할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소련의 장신파워는 기술의 배구 일본을 압도, 세트평균 8점만 내주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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