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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부부 협박해 억대 재산 가로챈 40대 … 징역형 이어 손해배상금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장애인 부부를 협박해 7년간 억대 재산을 가로챈 4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 받은데 이어 위자료 등 1억4000여 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27단독 오덕식 판사는 30일 A씨(61) 부부가 B씨(44)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B씨는 2004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A씨 부부와 아들 명의를 이용해 휴대전화 34대를 불법 개통해 30대를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한 혐의다. 또 “휴대전화 요금을 대신 내줬으니 돈을 내라”고 협박해 이들 부부에게 같은 기간 동안 1억2500만원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B씨는 2004년 자신이 운영하는 휴대전화 대리점을 찾은 A씨 부부를 알게 됐다. A씨는 2급 청각장애인이고 A씨의 아내(55)는 시각장애인이었다. 휴대전화 가입절차나 요금제 등을 몰랐던 A씨 부부는 B씨가 시키는대로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이후 2008년 6월 B씨는 A씨 부부에게 찾아가 "휴대전화 요금이 많이 나와서 내가 대신 냈다"며 2000만원을 요구했다. 놀란 A씨의 아내가 "돈이 없다"고 하자 B씨는 "고소하겠다"고 욕을 하며 겁을 줘 2000만원을 빼앗았다. 그는 이후에도 "A씨 부부와 아들 휴대전화 요금을 대신 내줬다"고 주장하며 돈을 가로챘다. 돈을 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 아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매년 한 차례씩, 2014년에는 4차례에 걸쳐 같은 이유로 A씨 부부의 돈을 빼앗아갔다. 이 기간 동안 부부는 자신이 살던 빌라를 팔아 매매대금 일부를 건네기도 하고 보험을 해약했다. B씨는 부부가 '돈이 없다'고 하자 협박해 사채업자를 통해 대출받도록 하기도 했지만 사채업자의 거부로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B씨는 첩보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그는 재판 내내 "A씨 부부를 협박한 적이 없고 휴대전화 가입도 부부의 허락을 받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에게 A씨 부부에게 위자료 1700만원을 포함해 총 1억42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B씨는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A씨 부부를 협박해 금품을 빼앗았는데도 현재까지도 피해배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점과 사건의 경위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책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B씨는 민사소송과 별도로 공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0월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기각되자 다시 상고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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