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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엔 시대의 대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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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엔화의 대미환율이 2백10엔(엔)대를 넘어서면서 또다시 세계무역·금융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연히 관심의 초점은 과연 엔시세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에 모아지는데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가변요소가 너무 많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양당사국의 경제적 조건들이 될 것이다. 지난9월 뉴욕의 G5회담이후 진전되어온 달러화 약세가 비록 정치적 합의와 환시개입이라는 인위적 수단에서 시발된 것이지만 그 이후의 과정과 결과까지도 그런 인위적 요소만으로 차질없이 운영하기 어려운 것이 국제금융의 속성이다.
합의에 참가한 5국의 중앙은행과 정부가 향후 지속적으로 환시에 개입할 여력도 없거니와 그 같은 개입은 방대하고 제어하기 어려운 민간의 국제자금유통 규모에 비해 너무도 무력하다. 때문에 환시개입에 의해 합의된 목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미일의 경제적 조건들이 어느 선까지의 통화조정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더 좌우된다고 봐야한다.
미국의 달러화는 그간의 정책적이유로 너무 오랫동안, 과도하게 고평가되어 왔기 때문에 산업구조의 왜곡에까지 이르러 있다. 연간 무역적자 1천5백억달러나 그와 비슷한 규모의 재정적자등은 상당부분이 달러강세와 서로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왔다.
따라서 이 같은 무역적자가 어느 수준까지의 엔현실화로 해소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미국측은 공식·비공식채널을 통해 달러당 2백엔까지의 현실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주력수출산업이 2백엔선의 엔화시세로 국제경쟁에서 버틸 수 있느냐에 따라 일본의 결정은 달라질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전문기관들이 보는 예측은 일단 잠정합의된 선까지 개입을 지속, 무역과 통화마찰을 무마하리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이로 미루어 달러당 2백엔수준까지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그 시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는 여전히 분명치 않다.
우리로서는 엔강세가 지속될 이 기간중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기간 동안 연래의 숙제인 대일무역편향을 어느 정도까지는 시정해야 한다. 공산품수입의 40%이상을 대일수입에 의존하는 처지에서 30%이상 대일환율이 오른점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이 적절한 노력과 협의를 통해 무역불균형을 시정하는 전기로 삼을만하다.
하나 걱정은 엔고등이 수입물가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점이다. 불가피한 수입물가상승을 국내적으로 흡수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다.
우선 일본수입에 의존해온 기계류와 중간재를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오랫동안 혼미를 헤매온 우리나라 중화학분야가 모처럼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정책적 배려가 따라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우리쪽 수입선에 주어온 메리트, 곧 장기저리자금의 혜택을 강구하는 일이다. 적어도 대일수입 대체생산시설만은 꼭 그런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반면 대외결제의 90%이상을 차지하는 달러화의 하락은 원화의 평가설정에 어려움을 남긴다. 현재의 수출부진을 고려할 때 시세대로 원화절상하기 어려우므로 가능하면 명목환율을 현수준에서 크게 변동하지 않는 방안을 찾아 대미실효환율을 높이 유지하는 편이 유익할 것이다.
정부와 연구기관들의 현명하고 종합적인 대응이 매우 긴요한 싯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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