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내린 원유…우유 값 인하는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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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원유(原乳) 가격이 3년 만에 1.9% 내렸다. 하지만 유가공업체들은 원유 가격 하락분을 소비자 가격 인하에 반영하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낙농진흥회(낙진회)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원유 기본 가격을 L당 940원에서 18원(1.9%) 내린 922원으로 결정했다. 원유는 젖소에서 막 짜낸 가공하지 않은 우유를 말한다. 우유(살균 및 불순물 제거)를 비롯, 생크림·치즈·버터 등을 만드는 원료다.

유가공업체들 가격 인하 소극적

이번 결정에 따라 오는 8월부터 내년 7월까지 1년간 낙진회 소속 농가에서 매일유업 등 유가공업체에 판매하는 원유 값은 L당 922원±1.8원으로 제한된다. 낙진회 측은 “우유 소비 정체, 원유 수급 상황을 고려해 원유 가격을 내렸다”고 밝혔다.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L당 796원에서 763원으로 33원(4.2%) 낮아졌지만, 젖소 한 마리당 원유 생산량은 8954L에서 9201L로 247L(2.8%) 늘었다.

원유 가격이 인하된 건 2013년 ‘원유 기본가격 계산방식(원유가격 연동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원유 가격 연동제는 낙농가 생산비에 따라 원유가를 조정하는 제도로, 낙진회와 농림축산식품부, 유업체 등의 자율합의로 결정된다.

하지만 2013년 첫 시행 당시 원유 값 인상폭(12.7%)보다 유가공 업체들이 소비자 가격을 더 많이 올리면서 이른바 ‘우윳값 대란’을 일으킨바 있다. 2014~15년 원유가격은 L당 940원으로 동결됐다.

이번 원유 가격 조정이 고스란히 우윳값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통업계에서는 ‘올릴 땐 왕창, 내릴 땐 찔끔’의 관행이 이번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숙·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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